5G 품질 논란에 긴급 임원 회의 소집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누구 탓 하지 말라”..조기 안정화에 총력, 고객 관점으로 봐라
엄숙했던 회의 분위기..임원들, 5G 개통해서 품질 체험 잇따라
그래도 ‘세계 최초’는 의미 있다..'5G 생태계 지원단' 가동
정부도 5G 생태계 전략으로 미래사업 키울 것
  • 등록 2019-04-11 오후 3:03:18

    수정 2019-04-12 오후 6:47:3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세계 최초의 불안함인가. 정부의 과욕이 부른 참사인가. 우리나라는 2019년 4월 3일 스마트폰 기반의 세계 최초로 5G(세대)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5G 서비스 품질이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소 10만 명이상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5G 가입자 중 상당 수가, 5G 신호가 잘 잡히지 않거나 5G에서 LTE로 전환될 때(핸드오버 될 때) 데이터 전송이 먹통 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2011년 LTE 때에도 서비스 초기 비슷한 불만이 있었지만, 5G는 ‘세계 최초’를 두고 미국 버라이즌과 막판까지 시간다툼을 벌인 탓에, 정부의 ‘빨리 빨리’ 욕심이 소비자가 준비가 덜 된 서비스에 가입토록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지국과 단말기간에 정합성 테스트를 할 시간이 다소 부족했다는 의미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누구 탓 하지 말라”..조기 안정화에 총력, 고객 관점으로 봐라

하지만 10일 오후 긴급 임원 회의를 소집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누구 탓 하지 말라”고 했다. “단말기가 문제다, 장비가 문제다, 이런 탓을 하지 말고 소비자 관점에서 철저히 조속히 품질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박 사장은 “오래 5G서비스를 기다려온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5G 커버리지, 속도, 콘텐츠, 고객 서비스 등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서비스 완성도를 빠르게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인 LTE도 현재 같은 촘촘한 커버리지를 갖추기까지 수 년이 걸렸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솔직한 소통이다. 커버리지와 서비스 제반 사항을 정확하게 안내해서 고객이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12일 5G 커버리지맵을 공개해 소비자들이 5G 기지국이 구축된 곳을 한 눈에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엄숙했던 회의 분위기..임원들, 5G 개통해서 품질 체험 잇따라


어떤 임원은 ‘등에서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사장님이 호통치셨다’고 분위기를 전할 정도로, 회의 분위기는 엄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5G가 가져다 줄, 초고화질 실감미디어나, 초저지연 자율주행차, 초연결 사물인터넷 세상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혹시 5G를 선택한 개인 고객의 입장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있었다.

이후 SK텔레콤 임원들을 중심으로 5G에 가입하는 일도 늘고 있다. 한 임원은 “직접 5G에 가입해서 품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피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SK텔레콤은 KT와 달리 갤S10 5G로 바꿔도 돈을 지원해주지 않는다. KT는 노사 합의결과 올해 6월까지 임직원이 5G에 가입할 경우 갤S10 5G단말기 구매 비용을 100만 원 정도 지원한다.

그래도 ‘세계 최초’는 의미 있다..5G 생태계 전략 가동

하지만 박 사장은 “5G 품질 조기 안정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면서도 “우리나라가 일궈낸 5G 세계 최초 의미가 퇴색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최초가 중요한 이유는 국제 표준을 리드하면 네트워크 장비, 차세대 스마트폰, 차량간통신(V2X), 엣지 컴퓨팅 등 5G 유관 산업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5G 생태계를 잘 만든다면, LTE때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휴대폰 동영상 서비스가 흥했듯이, 초저지연 특성을 활용한 디지털헬스케어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차량 자동배차 같은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박 사장은 이를 위해 사내에 ‘5G 생태계 지원단’을 출범시키면서 직접 챙기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부도 5G 생태계 전략으로 미래 산업 키울 것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올림픽 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행사에서 “통신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며 “단말기와 장비, 서비스와 콘텐츠 분야 스타 기업이 각각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정부와 민간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융합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6년 5G 유관산업으로 생산액 180조 원, 세계 시장의 15%를 점유하고 양질의 일자리 60만 개 창출, 730억불 수출을 달성하겠다”고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래 산업 육성의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10일 이동통신 3사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최대한 빨리 품질이 안정화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5G 초기 일부 품질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최선을 다해 애러를 잡아 최대한 빨리 안정화하는 것외에는 답이 없다는 평가다. 원망할 사람을 찾기보다는, 품질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5G로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스마트공장 도입을 준비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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