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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헤지펀드에 명성이 말이 아니다. 절대수익은 고사하고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는 펀드가 수두룩하다. 주식에 투자하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급기야 작년에 처음으로 손실을 내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돈을 까먹을 바에야 차라리 아무 것도 하자 말라`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모건스탠리 데이터를 인용, 전세계 8500억달러(원화 약 972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투자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작년말부터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랠리`에서 수익률을 꽤 끌어 올렸다곤 하지만 시장데이터업체인 HFR에 따르면 여전히 헤지펀드 수익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도 못미치고 있다. 헤지펀드업계를 대표한다는 패스포트캐피탈의 존 버뱅크 창업주가 운용하는 펀드부터 오디자산운용의 크리스핀 오디와 영국 랜스다운파트너스의 펀드까지 줄줄이 큰 손실에 갇혀 있다.
헤지펀드는 전통적으로 시장대비 초과수익을 말하는 `알파`를 추구해왔고 이 덕에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받았다. 이는 수동적으로 시장 등락에 따라가는 `베타`전략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수조달러가 시장에 물밀듯 밀려오는 결과를 낳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QE)로 인해 많은 주식들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됐고 이 때문에 싹이 보이는 주식과 그렇지 않은 주식을 골라내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호소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싹트고 있다. GAM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맡고 있는 앤서니 라울러는 “주식 밸류에이션이 지난해 높아졌고 개별 주식들의 움직임이 더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제 시장에서도 매수에만 편중되기보다는 매도를 원하는 투자자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리스토프 앵글리시 엔트러스트퍼멀 매니저도 “트럼프 대통령은 변화를 의미한다”며 “그 변화는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되는 것이고 이는 롱숏 매니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