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억 원은 지난 8년 동안 브로드밴드가 콘텐츠에 출자한 금액(365억 원)의 4.1배에 달하는 규모이고, 민간 주도형 펀드로서는 정부가 올해 콘텐츠에 조성하겠다고 밝힌 모태펀드 규모(4000억 원)에 육박한다.
이번 합병의 효과로 우리나라에서도 차별화된 질높은 콘텐츠 경쟁이 가속화하고, 관련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측면이다.
하지만 국내 최대의 콘텐츠 생산기업인 SBS(034120) 등 지상파 방송사나 경쟁사들(KT-LG유플러스)은 SK의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 계획이 공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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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2014년 10월 전국에서 처음 개소하면서 사물인터넷(IoT) 등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 생태계에 투자해왔다. 작년 말 청년 일자리 네트워크인 ‘고용존’ 구축을 마무리하고, 고용디딤돌과 청년비상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고용디딤돌은 인턴 근무를 통한 청년 중소기업 취업 연계 프로그램이고, 청년비상은 대학생에게 창업교육과 인큐베이팅을 제공하는 것이다.
덧붙여 8일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법인은 1년 이내에 3200억 원의 콘텐츠 투자 펀드를 만들어 콘텐츠 제작에 2200억 원(드라마 등에 1200억 원, VR 등 융복합 콘텐츠에 600억 원, 글로벌 콘텐츠에 400억 원)을 투자하고, 스타트업 활성화에 1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브로드밴드의 콘텐츠 투자액이 50억 원(2007년), 205억 원(2008년), 45억 원(2014년), 65억 원(2015년)에 불과했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올해 1500억 원 출자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가입자 기반이 쫓아오지 않으면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합병을 계기로 케이블 등 가입자 기반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콘텐츠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를 만들려 한다”면서 “TV나 최신영화 다시보기가 아니라 사전 제작과 동시 개봉 같은 VoD의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하겠다. 다양한 아시아 지역 유료방송 플랫폼과 연대해 국내 제작사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게 돕겠다”고 부연했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4년 차 첫날 대전창조경제센터를 방문하고, 이달 10일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동국대에서 열리는 ‘SK청년비상 현판식 및 강연’에 참석하는 등 SK의 투자노력에 대한 정부 분위기도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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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SBS 관계자는 “이번 합병에 거대 유료방송 출현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지상파와는 어떤 투자 협력이 이뤄지는지 등 콘텐츠 투자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공동자료를 내고 콘텐츠 펀드와 합병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고, 직접투자가 아닌 펀드여서 공허하다며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와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또 SK에 방송통신 독점화가 우려되는 인수합병을 자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윤석암 SK브로드밴드 미디어사업부문장은 “조성되는 콘텐츠 펀드는 지상파든 중소PP든 특정 섹터를 위한 펀드로 설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제작역량을 가진 제작사에 고루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인찬 사장은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가진 곳이 현재 지상파와 종편 등이어서 드라마 등은 그쪽이 대부분일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다양성을 위해 중소 제작사들이 많이 있는 드라마, 다큐, 교양 등에도 투자하겠다. 비중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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