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라고 해서 봐 줄 필요는 없지만 작년까지는 실제보다 더 가혹했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여론이 총수 양형에도 불리하게 작동했는데, 이제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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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잇따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지원해 회사에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 회장에 대한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같은 날 구자원 LIG 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구 회장에게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다만,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에게는 징역 4년이,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이 각각 선고됐다.
여기에 지난달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일부 배임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이석채 전 KT(030200) 회장의 구속영장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2010년 한화그룹 퇴직자의 제보로 금감원이 검찰에 비자금 의심 차명계좌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때까지만 해도 ‘횡령’과 ‘비자금’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배임도 일부만 인정하면서“개인적 치부(致富·부를 쌓음)를 위한 전형적인 범행과 차이가 있어 참작할 여지가 있다”면서 “꾸준히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해 1597억원을 공탁했고, 경제 건설에 이바지했고 건강상태가 나쁜 점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LIG 사건 역시 “총수로 LIG건설의 회생신청 사전 계획을 최종 승인하는 등 가담 정도가 중하지만, 79세 고령으로 간암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구 회장이 허위 재무제표 작성과 공시에는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계 “여론재판이 차분해진 것”
오는 14일 이재현 회장 1심 선고를 앞둔 CJ나 늦어도 3월 이전 최태원 회장 대법원 상고심 선고가 예정된 SK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6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펀드를 만들고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1, 2심에서 징역 4년을 구형받고 1년 넘게 복역하고 있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최 회장의 법정구속 기한은 3월 말로, 역대 재벌 총수 중 가장 오래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경우만 봐도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있었고 이후 재판과정에서 배임액도 293억원에서 157억원으로 줄었다”면서 “재벌 총수도 사람이니 경제민주화 분위기만으로 가혹한 처벌을 하기 보다는 증거와 피해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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