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끼 업고 1600km 헤엄친 어미 고래, 또 아기 떠나보냈다

2018년 새끼 떠나보낸 범고래, 최근 새끼 고래 잃어
새해 첫날, 죽은 새끼 안고 있는 모습 포착
크리스마스 이브쯤 어미, 이상 행동
"새끼 업은 어미, 애도 행위로 봐야"
  • 등록 2025-01-03 오후 4:01:03

    수정 2025-01-03 오후 4:01:03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2018년 죽은 새끼를 2주 넘게 업고 헤엄쳐 다녔던 어미 고래가 또다시 새끼를 잃고 바다에 가라앉지 않도록 떠받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달 20일 발견됐던 범고래 탈레쿠아와 새끼의 모습. (사진=고래연구센터 제공)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비영리단체 고래연구센터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탈레쿠아(J35)로 알려진 어미 범고래가 새해 첫날부터 죽은 새끼를 안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고래연구센터는 “전체 팀은 이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으며, 가능한 한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적었다.

고래연구센터 연구원들은 지난 2018년 J35가 17일 동안 죽은 아기 범고래를 업고 1600km 이상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새끼 고래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고, 어미와 밀접한 유대감을 가진 고래 무리가 번갈아 가며 새끼의 사체를 들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어미가 죽은 새끼끼를 자기 주둥이나 지느러미 위에 올린 채 헤엄쳐 다니는 것은 범고래들 사이에서 종종 목격된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씨닥(SeaDoc) 과학 책임자인 조 게이도스는 J35에 대해 “슬퍼하거나 애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장류나 돌고래처럼 상대적으로 수명이 긴 다른 사회적으로 응집력이 있는 동물에서도 비슷한 행동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약 2주 전에 새끼 고래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크리스마스 이브쯤 어미의 행동을 바탕으로 새끼의 건강 상태를 우려했다. 그러다 새해 첫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관계자들이 J35가 아기 범고래 사체를 안고 있음을 확인했다.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범고래 임신 5마리 중 1마리 정도만이 첫 번째 생일까지 생존한다. 센터의 연구 책임자인 마이클 와이스는 범고래 새끼의 50%만이 첫해에 생존한다고 추정했다.

워싱턴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사이의 바다를 오가며 서식하는 범고래의 세 무리 가운데 남부에 사는 범고래 개체수는 수십 년 동안 감소하며 현재 73마리만 남았다. 범고래는 사냥을 방해하는 선박 소음을 비롯해 주된 먹이인 치누크 연어의 부족, 해양오염 등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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