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부모·자식 간 친자관계, 정서적 유대 우선해야"

동거 및 양육 여부 아닌 정서적 애착과 태도 주목
  • 등록 2020-05-27 오후 1:49:29

    수정 2020-05-27 오후 1:49:29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1976년 결혼한 A씨는 3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었다. 1980년 이웃의 부탁을 받고 그해 출생한 B씨를 데려다 키우기로 한 A씨는 친생자로 출생 신고까지 했다. 이후 약 5년간 돌보다 1985년 남편과 이혼하면서 B씨는 남편 손에 맡겨졌다. 1988년 재혼한 A씨는 1999년 다시 이혼했는데 그 사이 B씨와는 거의 왕래가 없었다.

성인이 된 B씨는 15년 만인 2000년께 A씨를 다시 찾았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던 A씨는 그 무렵 아이를 출산한 B씨를 만나기 위해 전북 익산에 있는 산후조리원을 찾기도 했고 이후 아이 돌잔치에도 참석하는 등 지속적으로 왕래했다.

문제는 2015년 A씨가 사망하면서 발생했다. A씨의 여동생은 입양 딸인 B씨가 실제 자식도 아니고 30년 가까이 서로 연락도 하지 않고 지냈다며 B씨를 상대로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법적으로 친생자 관계라고 봤다. 출생신고는 거짓이었지만, A씨 부부가 B씨를 데려와 키울 당시 입양 의사가 있었고 가족으로서 함께 생활한 점 등을 근거로 입양 신고를 한 것과 다름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법적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A씨가 숨진 이상, 제3자에 불과한 A씨 여동생이 친자 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허위 출생신고가 입양으로 인정이 되려면 B씨 생부모의 승낙이 있거나 B씨가 만 15세가 된 이후 입양 사실을 묵시적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이런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상당 기간 양육 등 양친자로서 생활을 지속하지 못한 점도 근거로 삼았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2000년 이후 서로 왕래했다는 점을 근거로 부모와 자식 간 정서적 애착이 있다고 보고 출생신고가 입양 신고를 갈음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모 자식 사이 관계는 현실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실현되는 것처럼 양친자의 신분적 생활 관계는 현실 사정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서 “양친자의 신분적 관계에서 감호·양육 여부를 주된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고, 과거 함께 살아오면서 형성된 정서적 유대관계 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씨와 입양 딸 B씨를 친생자 관계가 아니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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