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원장 임주환)이 주최하고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후원한 ‘남북 ICT 교류협력방안 정책 세미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ICT 협력을 통해 북한과 남한이 모두 윈윈하는 기회를 만들자고 했다.
북한은 남한 기업의 투자와 컨설팅을 받아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고, 남한은 북한의 우수한 과학기술·소프트웨어·애니메이션 인력을 활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추진됐던 하나프로그램센터를 중심으로 한 단동개발사업(SW)이나, 2007년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북한과 공동제작했을 때 드러났던 비효율성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이번에는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통신,통행, 통관을 보장해 남북 개발자들이 함께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맥락에서 KT 김순용 상무, SK텔레콤 윤성은 상무, 전진우 시스텍전기통신 대표는 통신 분야 협력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KT는 개성공단 등 남북협력지원 인프라 제공과 위성 활용을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북한을 찾는 남한 국민을 위한 로밍서비스와 모바일 퍼스트 기반의 북한 통신망 업그레이드 계획을 밝혔다. 통신 공사업체인 시스텍전기통신 대표는 하드웨어가 열악한 북한에 남한의 통신 시공 기술을 적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 위성 활용, 일단 ‘주도 업체 위주’로…‘과거’에 머문다 지적도
김순용 KT상무는 KT는 1997년 경수로 구축 사업때부터 남북 경제 협력 시 통신 지원을 맡았던 KT의 저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협 초기 사업은 ‘주도’업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준비 중 인데 철도나 산림, 도로에 비해 ICT는 좀 늦은 것 같다”며 “철도나 도로 실사단을 구성할 때 통신도 같이 실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북한은 산림이 많아 (통신서비스가) 당분간 불투명하다. 당분간 위성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남북 경협시 중국 등 제3국에서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으니 일단 단기나 중기까지는 주전 선수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하면 어떨 까 한다. 제한된 정보만 가진 우리가 다른 국가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나서 시장경제논리로 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김 상무의 언급에 대해 반론도 나왔다.
윤성은 SK텔레콤 상무는 “위성은 안정성 등의 문제로 해상이나 산간 오지에 적용하는 옵션이지 전국망 구축의 핵심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완영 세한대 특임 부총장은 “남북경협을 어느 한 기업이 독점하면 비용이 더 든다. 남북 당국간 창구를 시스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통신을 (체제유지를 위한)보안이 아니라 생활의 중요 요소로 인식시키는 이를 테면 헬스케어 같은 사업이 유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최근 분당서울대병원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국형 디지털 헬스케어 협력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런 부분을 경협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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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SK텔레콤 상무는 북한과의 통신 분야 협력은 통신망 지원 수준이 아니라 경제협력 자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베트남, 미얀마의 사례에서 봤듯이 유선보다는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폐쇄적인 지역에 유선 전화를 제공하는데 머물러 있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통신협력이 경협 자체가 돼야 한다. 북한은 정보통신 산업 육성 의지가 강하고 데이터 소비도 늘어나니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ICT협력으로 북한의 경제성장을 견인해 낼 수 있고 해외사례를 봤을 때 모바일 퍼스트 전략이 우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해 분위기에서 성공하려면 유무선 인프라 현황, 인구분포, 지형 등의 제반 정보가 필요하니 실태조사를 위한 남북ICT협력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재원은 민간 컨소시엄 투자, 정부 남북협력기금, 국제기구 지원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경협 근로자를 위한 이동통신 로밍 △통신기술 컨설팅 △SK브로드밴드(전 하나로텔레콤)가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공동제작했던 뽀로로 애니메이션 제휴 같은 걸 먼저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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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부총장은 “저는 평양에 공장 5개, 30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뽀로로 애니메이션 작업 역시 비용이 많이 들었던 것은 북한은 어떤 프로그램을 쓰는지 몰랐고, 민경련을 통하지 않고 직접 사회주의영화제작소와 컨텍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통신 보안이 아니라 생활 편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며 당장은 사업자체보다는 교육협력부터 해서 신뢰성을 쌓고 기업들이 개별 접촉하기보다는 창구를 만들어 모여서 하는 게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