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하상렬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003920) 회장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 간 인수합병(M&A) 법정공방 1심에서 ‘완패’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오너 리스크’로 경영불확실성에 시달렸던 남양유업이 새 주인을 만나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6월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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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정찬우)는 22일 한앤코가 홍 회장 등 3명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주식을 이전하는 계약을 이행하라”고 선고했다.
홍 회장은 지난해 5월 자신과 일가의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한앤코와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홍 회장 측은 매각을 미뤄왔고 같은 해 9월 1일 한앤코에 주식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고 홍 회장 등의 주식 의결권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가처분도 신청해 법원에서 인용됐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고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약 해지는 적법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주식 매매계약 체결 과정에서 한앤코가 ‘협상 내용을 추후 보완할 수 있다’고 속였다며 계약 자체에 효력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홍 회장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약상 문제가 없었다는 한앤코 측 주장을 모두 인용한 것이다.
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면서 유업계에서는 남양유업 정상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 사건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작년 4월 ‘불가리스 사태’부터 시작됐다. 남양유업은 보도자료를 통해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고 불가리스는 품절 사례를 빚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면서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또다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홍 회장은 5월 대국민 사과를 발표 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경영권을 자식에게 승계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5월 27일 회사 지분을 한앤코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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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은 영업 적자가 가중되고 기업 가치 훼손되면서 직원과 주주, 대리점, 낙농가의 피해가 커지는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올해 연결기준 2분기 영업손실 199억원을 기록하면서 2019년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홍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 급여로만 8억11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해 빈축을 샀다.
유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대리점 갑질 사태에 이어 작년 불가리스 사태까지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주식 양도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홍 회장이 바로 회사의 최대 리스크였다”며 “홍 회장이 ‘완패’한 셈이라 새 주인이 경영 정상화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홍 회장이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혀 결국 최종심의 판단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현재 상황이 길게는 3~4년 더 지속할 수도 있다.
이날 홍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LKB는 “원고 측은 쌍방 대리를 사전에 동의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와 관련한 어떠한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며 “명백한 법률 행위를 자문 행위라 억지 주장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호간 사전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도 않았다”고 불만을 나타내면서 법정공방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