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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3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만남이 결국 불발됐다. 이를 두고 여권 측에서는 한미 동맹 관계를 고려하면 당연히 만남을 가져야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야권 측에서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외교적으로 잘한 일이라며 이례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4일 국회에 따르면 펠로시는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약 50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 하원의장 방한은 2002년 데니스 해스터트 당시 의장 이후 20년 만이다.
하지만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윤 대통령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 하원 의장 방한 일정과 대통령 휴가 일정이 겹쳐서 예방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미국 의장단 측에 충분히 사전에 설명했다”며 “동맹국 주요 인사 방한이기 때문에 오후에는 양측이 전화로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
먼저 여권 내부에서는 외교 안보나 경제 분야를 감안해도 윤 대통령이 미국 의장과 만나지 않은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전날 YTN 방송에서 “지금의 동북아나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의 권력 서열 3위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대통령이 면담하는 것 정도는 제가 볼 때 충분히 휴가 기간임에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경선에 나섰던 유승민 전 의원은 “동맹국 미국의 의회 일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이어 “미국의 상·하원 의원,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방한해도 역대 우리 대통령들은 대부분 이를 만났다”면서 “격을 따지지 않고 만난 것은 그만큼 한미동맹이 중요했고 이들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는 다르게 대북 정책과 외교 정책에 대부분 반대의사를 표하던 야권 측은 오히려 윤 대통령의 행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전날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 때문에 고민하다가 안 만나는 걸로 생각이 된다”면서 “안 만나는 게 결과적으로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은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 및 오찬을 가진 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할 전망이다. 그가 JSA에서 대북 메시지를 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