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의 해외 결제 수수료율 인상을 반영한 약정 개정안을 아직 금융감독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 가운데 비자 수수료 인상건으로 약관 개정을 신청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는 수수료 인상 등 계약에 중요한 내용을 변경하려면 약관을 개정해 금감원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이를 적어도 시행 한달 전에 고객에게 이용대금명세서(청구서), 이메일, 편지 가운데 반드시 하나의 방법으로 알려야 한다. 하지만 이 수수료 인상건은 아직 고객에게 알리기 이전 단계인 금감원 단계도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앞서 비자카드는 지난 5월 국내 8개 카드사에 오는 10월부터 해외에서 비자카드를 사용할 때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해외결제 수수료율을 1.0%에서 1.1%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국내 카드사들이 항의에 나서자 인상 자체는 유지하되 해외 결제수수료 인상시기를 내년 1월로 연기하겠다고 물러선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 제소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아 그 결론을 보고 대응을 하자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국내 카드사의 고객에 대한 수수료 인상 통지가 비자 방침을 수용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니온페이도 지난 11월부터 해외결제수수료율을 0.6%에서 0.8%로 올리고 마케팅 차원에서 시장 확보를 위해 취했던 면제 조치를 끝내기로 했지만, 카드사들이 비자건과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고 이를 당분간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카드사는 비자와 떠안는 수수료율 인상분을 별도로 보전받는 방안을 개별적으로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보통 비자마크를 달고 나오는 새로운 국내 카드상품이 출시될 때 카드사는 일정한 실적 달성을 조건으로 마케팅 비용을 지원받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