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전 회장은 처음에는 4쪽 분량의 이임사를 담담하게 읽어나갔다. "류시열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새롭게 도약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고, "신한웨이를 바탕으로 찬란한 신한문화를 다시 한번 꽃 피워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라 전 회장은 잠시 후 "이제 제가 신한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겸손과 희생으로 자신을 태움으로써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멀리서 미력하나마 작은 빛을 더하는 일"이라며 이임사를 이어갔다. 또 "마지막 바람은 저로 인해 발생한 실명제 검사와 관련해 징계를 받게 되는 직원들에 대한 선처와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의 선처도 호소했다. 여전히 울먹거리며 띄엄띄엄 힘들게 마지막 장을 읽어내려 갔다.
1982년 재일교포 주주은행으로 출범한 신행은행의 상무이사로 참여해 창업 실무를 주도한 뒤 은행장 3연임을 비롯해 부회장 2년, 지주회사 회장 4연임 등 20년동안 신한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켜온 라 전 회장. 조그마한 중소은행을 리딩뱅크 반열에 올려놓은 `신한의 전설`로 통해는 그의 51년 뱅커인생은 이날 이임식으로 사실상 마감됐다.
한편 이임사 직후 이어진 류시열 회장의 취임식은 다소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류 회장은 최근 그에 대한 중립성 논란을 의식한듯 "차기 경영진 선임절차와 과정이 선진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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