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법원이 대리운전 기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첫 판단을 내렸다.
다만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모든 대리운전기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또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을 때 인정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는 넓은 개념이다.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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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산의 대리운전 업체 A사가 기사 B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B씨)는 원고(A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여러 근거를 종합해 B씨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B씨는 A사와 협력업체들로부터 배정받은 콜을 수행해 얻는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A사는 수수료, 프로그램 사용료, 관리비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며, B씨의 대리운전 노무는 A사의 사업 영위에 필수적이었다. 또한, B씨와 A사의 계약 관계가 상당 기간 지속됐고 전속 정도가 강했다. 콜 거부 시 불이익, 복장 및 업무 수행 규정 등에서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했으며, 노무제공의 대가를 지급하는 주체는 고객이 아닌 A사로 볼 수 있었다.
앞서 원심 역시 이와 유사한 논리로 B씨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원심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사실상 업체에만 소속돼 대리운전 업무를 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기사들의 복장, 안전운행, 부당요금 징수 금지, 고객 응대 요령 등 의무 사항을 정하면서 수수료 변경 및 대리 운전비 결정 권한은 업체에만 있는 등 계약 내용을 업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춰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대리운전 기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례다. 향후 유사 사건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든 대리운전 기사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 측 입장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다룬 것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인정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