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국내 완성차 업체가 지난 9월, 올해 들어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1일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003620)·한국지엠)의 지난달 글로벌 판매는 53만923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집계된 판매 수치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같은 기간 내수 9만1790대와 해외판매 44만7446대로 각각 33.7%, 17.3% 감소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지난 2월부터 꾸준히 저조한 실적을 보여온 내수는 지난달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추석 연휴까지 겹치면서 조업 일수마저 줄어들어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쌍용차와 한국지엠도 반도체 위기와 조업 일수 감소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특히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 픽업트럭인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의 출고 적체 현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쌍용차는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 4000대 수준을 포함 약 5000여 대의 미출고 물량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내수 판매는 3859대로 53%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지엠 역시 3872대 판매에 그치며 36.5% 감소했다. 르노삼성차는 이들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작은 25.8% 줄어든 4401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내수에 그쳤던 반도체 수급 위기가 본격적으로 해외판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해외판매는 올해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17.3%) 감소를 보였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한국지엠이다. 한국지엠은 글로벌 반도체 수급 문제로 본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방침에 따라 부평2공장에 이어 주요 수출 차종이 생산 중인 부평1공장마저 50% 수준으로 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지난 9월 한국지엠의 해외판매는 9878대로 71.3% 하락했다.
반면,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반도체 부족에도 불구하고 해외판매가 본격화하면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르노삼성차는 XM3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해외판매 1만346대를 기록하며 무려 27개월 만에 수출 1만대를 돌파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쌍용차도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 적극적인 활로 개척으로 해외에서 2091대 판매에 성공해 28.6%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 2분기면 해소될 것으로 여겨졌던 반도체 수급 위기가 오히려 더 심화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반도체 위기로 전체적인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