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철거에 무관심했다”…재건축·재개발에 ‘경고음’

광주 학동4구역 철거붕괴사고에 업계 ‘침울’
“철거 업역 넘어온 지 얼마안돼…소홀히 대했다”
밀집도 높고 유동인구 많은 서울 정비사업장 긴장
  • 등록 2021-06-11 오후 5:24:57

    수정 2021-06-11 오후 5:38:20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공사장에서 벌어진 철거건물 붕괴사고에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공공과 민간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대거 예정된 상황에서 자칫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 차원의 안점점검과 별도로 건설업계에서도 현장 안전관리·감독 인력 보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 현장(사진=연합뉴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11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이란 정비사업에서 철거작업은 그동안 중요도 순서에서 한참 밀려있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철거공사는 과거엔 조합의 업역이었고 건설사에 넘어온 지 몇 년 되지 않았다”며 “안전관리자, 감리사와 직원을 배치하도록 법이 바뀌어서 따르고 있지만 본래 하던 일이 아니어서 시공사 일부 직원들은 ‘우리 일 아닌데’란 생각이 있었고 소극적으로 일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철거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못쓴 것”이라며 “안전강화를 위해선 인원 투입을 늘려야 하는데 이건 비용의 문제”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착공 전 단계인 철거는 공사기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정비사업의 공사계약은 착공부터 준공까지다. 공사비를 받을 수 있는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철거에 건설사들이 인력과 비용을 충분히 들이지 않은 또다른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당장 서울부터 철거가 필수적인 정비사업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공공재건축·재개발, 도심 공공복합개발사업 등을 통해 서울 3만가구 등 전국 8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단 방침이다. 비어있던 땅에 새 주택을 짓는 게 아닌, 낡고 노후한 주택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 방식들로 철거가 우선돼야 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복잡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며 “비슷한 사고가 날 경우 인명사고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재개발 공사를 앞둔 업체들은 전반적으론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고는 강력한 경고음이었다. 하도급업체들에 대한 안전관리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에 관리감독 인력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이번 사고에서 확인됐듯 철거는 주변 건물이나 통행 차량, 보행자 등에 엄청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며 “재작년 서울 잠원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에 이어 비슷한 사고가 계속되는 건 기술의 문제에 앞서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탓”이라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이제부터라도 철거현장에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기본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인명사고만큼 큰 사회적 비용은 없다. 비용의 문제로 접근해선 안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 동구 학동의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장에서는 지난 9일 오후 4시경 철거 도중 지상 5층짜리 상가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건물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를 덮쳤다. 함몰된 버스 안에 갇힌 승객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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