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이선균 막으려면…"피의사실공표 범위 명확히 규정해야"

30일 국회 입법토론회서 전문가들 머리 맞대
"형법126조 개정해 범행주체·범위 등 명확히"
"법원 공표금지명령제도, 공수처 제역할 등"
"언론사에 대한 징벌배상제도 도입도 필요"
  • 등록 2024-01-30 오후 4:26:49

    수정 2024-01-30 오후 7:56:3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피의사실공표죄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됐지만 현재까지 한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고(故) 이선균 수사정보 유출 재발을 막으려면 형법 126조를 개정해 보완하고 법원·법무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통한 통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법센터 소속 백민(사진·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는 최근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긴 고 이선균 사건과 관련해 검·경이 무분별하게 행하는 피의사실공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변호사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이선균 수사정보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한 피의사실공표죄 개정 입법토론회’에서 “수사기관의 공공연한 피의사실 공표에 따른 폐해가 작지 않은데 실제 기소 사례는 없다”며 피의사실공표죄의 실효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지난 2019년 법무부가 제정했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토대로 형법 126조를 개정해 범행주체, 피의사실 내용과 범위, 공표방법, 위법성조각사유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변호사는 “최근 수사기관이 수사상황과 수사과정에서 입수한 증언 등을 알리면서 사실상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과 비슷한 연출을 하고 있다”며 “피의사실, 수사상황 또는 그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증거자료 등 일체까지 공표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피의사실 ‘공표’만이 아니라 ‘유출’도 추가해 처벌범위에 포함됨을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법원에 의한 통제방안으로 △공표금지명령제도 △공판기일 연기 △위법공개증거의 배제 △재정신청 활용 등을 제시했다. 그는 또 기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사안을 수사할 수 있는 제3의 독립적 기관인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고 검사의 위법수사·권한남용 상황에서 법무부가 실질적인 감찰권을 행사하는 것 역시 피의사실공표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언론사에 대한 징벌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백 변호사는 “피의사실공표는 수사기관의 실적홍보와 언론기관의 선정적 보도라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서로 확대, 증폭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존의 손해배상제도만으로는 언론사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 역시 피의사실공표죄의 실효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형법 126조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2019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토대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되 공개심의위원회에 대한 규정과 당사자에 대한 반론권 행사, 손해배상 및 처벌 규정을 포함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허위 피의사실공표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 신설 △미수범 처벌규정 신설 등을 통해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규범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검찰 내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형사사건 통계 전산화가 시행된 1995년 이후 2018년까지 피의사실공표죄로 총 566명이 입건됐지만 기소건수는 0건이다. 2004년부터 2014년 7월 사이 검찰 조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법무부 집계 기준 83명이다. 범죄유형별로는 횡령·배임 23%, 뇌물범죄 21%, 성범죄 15%, 마약 10%, 기타 32%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김승원·민병덕 의원실과 민변 사법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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