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익률, 대체투자로 높여야…보험료율도 점진적 상향"

재정계산위원회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 종합토론
"대체투자로 수익률 높여야…유동성 확보 위한 보험료 인상도"
"전문가들 ''전략적 자산배분'' 해야…수입·지출 고려한 기금운용"
"우수 운용역 유치해야…보험료율 단기 인상...
  • 등록 2023-09-01 오후 6:29:38

    수정 2023-09-01 오후 6:29:38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전통자산인 주식, 채권에 투자해서 수익률을 내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을 높이려면 결국 대체투자로 다변화해야 합니다.”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 팀장)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을 높이려면 우수한 펀드매니저를 유치해서 오래 근무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성과보상 체계를 만들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인도 등 해외사무소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연구실장)

전문가들은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 종합토론에서 대체투자 비중 확대 및 우수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연금 고갈을 늦추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연금개혁 외에도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가 중요한데, 그 방법을 △대체투자 △전략적 자산배분 △우수 운용역 유치에서 찾은 것이다.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사회정책팀 팀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개최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 종합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수 기자)
◇ “대체투자로 수익률 높여야…유동성 확보 위한 보험료 인상도”


우선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사회정책팀 팀장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 개선을 위해 ‘대체투자 확대’와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손 팀장은 “전통자산인 주식, 채권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위험성이 높고 한계가 있으므로 대체투자로 자산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대체투자는 경기변동이 있어도 수익률 방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체투자는 유동성이 낮다는 약점이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차익을 기대해야 한다”며 “이 기간을 버텨내려면 (국민연금기금의 유동성 확보 목적에서) 보험료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국민연금기금은 대체투자 비율이 15% 정도”라며 “대체투자 비중을 25%로 늘리면 300조원을 투자하게 되는데,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현재 500조원 중 300조원을 대체투자에 할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 팀장은 기업의 총량 부담을 중립적으로 유지하는 전제 하에서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상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기업들에 쏟아지는 부담이 너무 많아서 연금보험료를 올려야 함에도 그럴 여력이 없었다”며 “전 정부에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랐고, 법인세와 건강보험료가 대폭 올랐다”며 “또한 주 52시간이 실시됐고 고용보험료도 2배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전략적 자산배분’ 해야…수입·지출 고려한 기금운용”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전략적 자산배분’과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방식’의 기금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과거 20년간 국민연금기금 수익률 중 95%가 전략적 자산 배분에서 나왔다”며 “주식, 채권, 대체자산에 몇 퍼센트씩 투자 비중을 배분할지 정하는 것이 개별 주식이나 섹터를 고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이같은 전략적 자산 배분을 전문성이 다소 부족한 기금운용위원회가 전적으로 맡고 있다”며 “최근 10년간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이 글로벌 5대 연기금 대비 다소 저조한 것도 다소 미흡한 자산 배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실장은 “이번 연금 개혁 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원을 각 단체들의 ‘대표성’ 중심에서 ‘전문성’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국민연금연구원)
또한 그는 연금 수입과 지출을 고려한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방식’의 기금 운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과거에는 단순 모형에 근거해서 주식 45%, 채권 40%, 대체 15% 등으로 자산 배분을 수행했는데, 보험료 수입이 줄고 지출이 많아지면 이런 모형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연금 고갈 시점이 가까워지면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야 돼서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한국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주요 국부펀드·연기금이 도입한 ALM 방식의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면 기금 성장기를 지나 축소기로 가는 과정에서 수입과 지출을 고려해 주식, 채권 비중을 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며 “또한 주식, 채권 팩터를 통해 위험 관리를 통합적으로,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기금운용본부가 세부 자산군을 유연하게 편입할 수 있어서 인프라나 사모부채 등 수익률이 매력적인 자산군을 적절한 시점에 편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연금 개혁 방안 중 하나로 오늘 언급된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을 제안하고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우수 운용역 유치해야…보험료율 단기 인상시 수익률 부작용”

이 실장은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우수 운용역 유치’의 중요성도 설파했다.

그는 “재무 쪽 실증 분석 연구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 교체가 잦을수록 펀드 성과가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며 “반면 상위 10% 성과를 보인 펀드들은 펀드 매니저들의 성과가 비교적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p) 높이려면 우수한 펀드 매니저를 유치해서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제시해야 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유의미한 성과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인도 등 해외 사무소를 확대하며, 해외 사무소 이용을 대폭 늘리는 방안으로 기금 운용 인프라를 개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료=2023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 기자사전설명용 발표자료 일부 캡처)
또한 이 실장은 보험료율을 급격히 올릴 경우 기금운용 수익률이 하락해 오히려 연금 고갈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금 제도와 기금운용 수익률과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보험료율, 지급 시기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금운용 성과의 변동성도 커져 장기 수익률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보험료율을 단기간에 현재 9%에서 18%로 급격하게 올리면 가계는 가처분 소득이 감소해서 소비가 줄고, 기업은 보험료 납부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해서 투자가 위축된다”며 “결국 한국 경제의 균형 이자율, 장기 성장률이 하락해서 국내 주식·채권 수익률이 낮아지고,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나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고 연금 고갈 시기를 현재보다 70년 뒤인 2093년으로 늦추려면 연금 보험료율을 18%로 급격히 올리는 것보다는 15% 내외에서 올리고, 이 또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연금 제도 관련 불확실성을 줄이는 노력을 같이 해야 진정한 연금 개혁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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