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서 야권 과반 달성…군정 종식은 미지수(종합)

40대 야당 대표, 징병제·왕실모독죄 폐지 앞세워 돌풍
전문가 "태국, 단순 정권 교체아닌 구조적 개혁 원해"
단독 집권 의석 달성은 실패…연정 논의 활발해질 듯
  • 등록 2023-05-15 오후 3:59:53

    수정 2023-05-15 오후 7:25:32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14일(현지시간)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야권이 과반 의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반(反)군부 개혁을 앞세운 진보 야당 전진당이 막판 돌풍을 일으켰다. 상원을 군부가 장악한 상황에서 군정 종식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차기 태국 총리로 유력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위해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사진=AFP)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총선 개표가 잠정 완료된 가운데 전진당이 총 500석 중 151석을 얻어 원내 1당에 올랐다. 현 제1야당이자 전진당과 함께 반군부 정당으로 꼽히는 프아타이당은 141석을 얻어 2당이 됐다. 두 당 의석을 합치면 292석으로 원내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친(親)군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PPRP)과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각각 41석, 3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의 주인공으론 전진당을 승리로 이끈 피타 림짜른랏(42) 대표가 꼽힌다. 40대 초반의 피타 대표는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으로 정계 입문 전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에서 전무를 지냈다. 2019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1년 만에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번 총선에서 피타 대표는 징병제·왕실 모독죄 폐지 등 진보적인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왕실과 군부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염증을 느낀 젊은 층과 도시 지역에서 막판 바람을 일으켰다. 피타 대표의 외모와 언변도 인기에 한몫했다. 덕분에 전진당은 군부는 물론 20년 넘게 원내 1당 자리를 차지해 온 프아타이당을 제치고 선거 승리에 성공했다.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의 나폰 짜뚜씨피탁 객원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태국인들은 변화를 원한다. 단지 정권만 바꾸는 게 아니라 구조적 개혁을 원한다”고 평가했다. 촐랑롱콘대학의 티티난 퐁슈디락 교수도 로이터에 “전진당은 제도 개혁을 앞세워 선거를 새로운 장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9년째 집권 중인 프라윳 찬오차 총리는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진단이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재집권에 실패하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민심을 되돌리는 데 실패했다.

10년 가까이 이어온 군부 통치가 종식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태국 선거법은 군부가 임명한 상원(250명)과, 직접선거로 뽑히는 하원(500명)이 함께 투표해 과반(376석)을 얻은 후보를 총리로 선출토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프아타이당이 전진당 중심 연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다른 야당이나 군부와 추가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전진당은 군부와의 연정 가능성엔 선을 긋고 있다. 이 때문에 중도 야당이면서 현 프라윳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품차이타이당(70석)이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태국 군부가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군부 측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다만 선거 재판 등을 통해 정권 교체를 방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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