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SRE]등급조정, NICE신평 빨랐고 한신평 느렸다

누가 먼저 등급 조정했나 조사해보니
  • 등록 2016-11-30 오후 12:02:00

    수정 2016-11-30 오후 12:02:0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지난 23회 SRE 조사 기간 중에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선제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나 이번에는 NICE신용평가의 등급 조정이 가장 빨랐다”

복수의 자문위원들은 올해 4월 이후 신평 3사의 등급 조정 속도를 지켜본 느낌을 이렇게 요약했다. 이데일리가 신평 3사의 등급 조정 속도를 정량 평가해 본 결과도 이와 같았다. 이번 조사는 미국의 독립 신용평가사 이건존스(Egan-Jones)와 한국기업평가의 내부 등급적시성 평가 방법을 참고했다.

정량평가로 본 등급조정 속도, NICE-한기평-한신평 순

이건존스는 자신들이 얼마나 적절한 시점에 기업 신용등급을 조정하는지를 측정한 히트앤미스(Hit & Miss) 비율을 홈페이지 전면에 공시한다. 이건존스가 신용등급을 조정했을 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Moody’s), 피치(Fitch) 등 글로벌 신평 3사가 따라서 등급을 조정하면 히트(Hit)로 보고 반대로 다른 신평사의 등급 조정을 따라가면 미스(Miss)로 보는 식이다. 국내 신평사 중에서는 한국기업평가가 내부적으로 등급적시성을 평가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통계를 집계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이건존스사의 히트앤미스 측정 방식과 한기평 내부의 등급적시성 평가 방식을 참고해 어떤 신평사가 먼저 등급 조정을 했는지 파악해 봤다.

조사 대상은 24회 SRE 평가기간인 올 4월11일부터 9월23일 사이 이뤄진 회사채 신용등급, 등급전망, 등급워치 조정 내역이다. 등급공시일을 기준으로 3일~3개월 먼저 조정해 1곳 이상의 다른 신평사가 조정 결과를 따라오면 ‘선행’, 반대로 다른 신평사의 조정 결과를 따라가면 ‘후행’으로 판단했다. 하루나 이틀 차이는 행정적 처리에 걸리는 시간으로 봤다. 석 달을 초과하는 차이는 신평사별 관점이 다른 것으로 보고 선·후행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조사 기간에서 NICE신평은 선행 16건, 후행 8건으로 다른 신평사보다 미리 신용등급과 등급전망 등을 조정한 횟수가 가장 많았다. 한기평은 선행 7건, 후행 17건이었고 한신평은 선행 7건, 후행 22건이었다.

세부 조정 내역을 보면 NICE신평은 24회 SRE 워스트레이팅(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 설문) 6위에 이름을 올린 삼성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지난 5월27일 3사 최초로 ‘A+ 부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내렸다. 이후 한기평은 6월8일 ‘A+ 부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NICE신평은 또 워스트레이팅 공동 9위에 오른 현대중공업그룹과 이랜드그룹의 신용등급 조정도 신평 3사 중 가장 빨랐다. 포스코엔지니어링, 한라홀딩스, 대우조선 등의 등급 조정도 가장 선제적으로 이뤄졌다. 다른 신평사들보다 등급 조정이 늦은 곳들도 대부분 SRE 워스트레이팅 순위권에 들지 않거나 후보군에도 없는 곳이었다. NICE신평은 그 동안 신평사의 등급 평정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기업들에 대한 등급 조정을 가장 빨리 했다고 볼 수있다.

한신평은 LS, 한미약품, 해태제과그룹, 폭스바겐파이낸셜 등 7개 기업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가장 빨리 조정했지만 워스트레이팅 10위권 안에 든 기업을 선제적으로 조정한 건은 없었다. 또 이랜드그룹, 두산그룹, 현대중공업그룹, CJ CGV 등 시장 내 관심이 높은 기업들의 등급 조정은 다른 신평사에 후행했다. 한기평은 현대미포조선과 CJ CGV 등 워스트레이팅 10위권 내 기업 2곳의 신용등급을 미리 조정했지만 NICE신평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기평 역시 GS EPS, 삼성중공업, 이랜드그룹, LS 등의 조정 속도가 다른 신평사보다 늦었다.

NICE신평은 24회 SRE의 평가 기간 중 가장 선제적으로 등급을 조정하고서도 등급신뢰도와 등급적시성에서 모두 한신평과 한기평보다 낮은 최하점을 받았다.

SRE 자문단 “등급 조정 적시성, 속도보다 논리가 중요”

이에대해 SRE 자문위원들은 무조건 신용등급을 빨리 하향 조정했다고 해서 등급 신뢰도와 적시성이 오른다고 봐선 곤란하다고 조언한다. 시장은 등급조정의 속도 보다 등급조정의 논리와 전망를 토대로 한 예측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24회 SRE에서 최근 6개월 동안의 등급 조정 속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160명 중 107명이 ‘현재 수준의 등급 조정 속도가 적당하다’고 답했고, 21명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좀 더 천천히 하향 조정해야 한다’를 선택했다. 시장 전문가 80%가 현재 수준대로 하거나 좀 더 완만한 조정을 바라는 상황에서 NICE신평 홀로 ‘튀는’ 등급 하향 액션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등급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크레딧시장이 신평사들의 등급 하향 속도를 늦춰주기를 바란 것은 작년 4월 21회 SRE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등급 조정 속도를 묻는 설문에서 ‘더 빠르고 폭 넓게 내려야 한다’를 선택한 크레딧애널리스트들은 25.4%였으나 이후 22회에선 9.5%, 23회에선 3.1%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24회에선 13.5%로 오르긴 했지만 1년반 사이 폭넓은 등급 하향을 바라는 ‘매파’들은 절반가량 줄어든 것이다.

작년 1월에는 금융당국의 신평 3사 ‘등급 장사’ 행위 중징계와 대형사로 확산되는 조선·해운 등 기간산업 경기침체 여파로 급격한 신용등급 조정이 있었고 시장은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SRE 자문위원은 “자산운용사들은 등급 평정의 선명성보다 안정성을 강화해 주기를 바랐는데 NICE신평은 여전히 선명성 경쟁에 몰두하다 보니 낮은 점수를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등급액션 과정에서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시장 충격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한신평과 한기평은 기업 신용도에 대한 포워드룩킹과 향후 전망을 보고서에 많이 싣고 이에 기반해 등급 조정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NICE신평은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급을 조정하다 보니 등급을 제대로 조정했는지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SRE 자문단의 평가를 종합하면 적시성 있는 등급 조정이란 무조건 조정 속도가 빠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등급을 조정하더라도 ‘뜬금없는 조정’이 되지 않도록 시장과의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4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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