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전투표 7800만명 돌파…이번 대선도 우편투표가 '뜨거운 감자'

4260만명 현장·3500만명 우편
텍사스·플로리다·캘리포니아 등 사전투표 몰려
우편투표 결과 반영에 시간 소요
"사전투표 관전포인트 격전지 표 차이"
양당 사전투표 독려 통해…투표함 보안 초비상
  • 등록 2024-11-04 오후 2:59:34

    수정 2024-11-04 오후 7:49:07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3일(현지시간) 사전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7800만명을 넘어섰다. 1900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66.8%)을 기록한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투표한 사람의 절반 가량이 이미 표를 던지며 이번 선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 두 후보가 초박빙 대결 양상을 보인데다 사전 투표자가 많아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펜실베이니아와 애리조나주 일부 경합주 개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선거 불복 관련 가짜 뉴스가 퍼져 혼란을 줄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사전투표 7800만명 돌파…팬데믹 이후 역대급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선거 연구소(Election Lab)가 집계한 2024년 미 대선 사전투표 현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9분 기준(동부시간) 미국 전체 사전투표자는 7800만3222명으로 집계됐다. 4265만4364명의 유권자가 현장 사전투표에 참여했고, 3534만8858명이 우편투표(투표소 도착분 기준)를 했다. 아직 투표장에 도착하지 않은 우편투표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투표 통계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사전투표 참여자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기인 2020년(1억140만명)보다 적지만 2016년(4720만명) 대선과 비교해선 큰 폭으로 늘었다.

사전 투표자가 220만명 이상인 주는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10개 주로 나타났다. 텍사스주가 약 893만3530명으로 사전 투표 참여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플로리다주 818만명4680명, 캘리포니아주 763만6389명, 노스캐롤라이나주 443만9451명, 조지아주 401만3193명 등 주로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미국 남부 주들)에서 사전 투표가 많이 몰렸다.

미 대선이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에 우편투표까지 늘면서 올해는 승자 결정이 선거 뒤 며칠이 지나서야 가려질 전망이다. 많은 주에서 선거 당일 저녁이나 다음 날 새벽에 선거 결과 윤곽이 나올 수 있지만, 7개 경합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는 동부 표준시 기준으로 5일 아침7시까지 우편투표를 개표할 수 없다.

또 네바다주는 우체국 소인에 선거일이 찍혀있을 경우 선거일 이후에 도착하는 우편투표도 인정한다. 조지아주도 해외와 군인 유권자의 우편투표를 선거일 이후 3일 내 도착분까지 유효표로 인정하는 등 대선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4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0년 대선 당시 선거 후 3일째가 되도록 최종 승자가 안갯속인 상황이었다가 4일째가 되어서야 각 언론이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 소식을 타전했다.

우편투표가 결과 선거 집계에 늦게 반영되는 이유는 밀봉된 봉투를 열어 선거구별로 분류하고, 유권자 서명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다수 주는 선거일 전부터 우편투표물의 분류와 확인 작업을 허용하고 있지만,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경합주를 포함한 7개주는 선거일 당일 아침에야 우편투표물을 개봉해 분류, 확인하는 작업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경합주 중 한 곳인 애리조나주는 넓은 지역 특성상 우편투표 비중이 큰데, 우편투표를 투표일 당일까지 접수한다. 이에 다른 주들보다 우편투표 개표가 늦게 시작, 최종 집계까지 최장 13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1일 보도한 바 있다.

NBC뉴스는 “이번 사전투표의 관전 포인트는 격전지의 표차”라며 “2020년처럼 박빙일 경우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이 조금만 바뀌어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2021년 미 국회의사당 공격으로 가장 무거운 형량을 선고 받은 프라우드 보이즈의 전 리더 엔리케 타리오가 미국 국기를 들고 있다.(사진=AFP)
양당 사전투표 독려 통한 듯…투표함 보안 초비상

올해 사전투표가 많았던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사전투표를 독려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우편투표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던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는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적극 장려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최근 사전 투표 열기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다만 사전투표 참가자 비율은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보다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ABC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사전 투표를 했다고 밝힌 유권자 사이에서 62%의 지지를 받은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에 그쳤다.

대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투표함 보안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워싱턴주 밴쿠버 투표함에 화재가 발생해 수백장의 투표용지가 훼손됐다. 경찰은 방화 사건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조사에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피닉스에서도 우체통에 화재가 발생, 일부 투표용지가 훼손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훼손된 투표용지 봉투에서 고유 식별번호가 확인되면 다시 투표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선 비밀 유지에 필요한 속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투표자에게 재투표 기회를 주자는 주 대법원 판단에 공화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비슷한 소송이 다른 주에서도 제기됐다.

아울러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권자 명부 관리 방식, 우편 투표용지 제출 기한, 부재자 투표 등 올해 미 전역에서 공화당 단체들이 대선 규칙 및 관행을 두고 제기한 소송만 90여건에 달한다. 2020년 대선 기간에 제기된 소송의 3배 규모다. 소송의 규모나 타이밍을 고려할 때 민주당을 찍을 것 같은 잠재적 유권자들을 투표에서 배제하고 차후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법리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한편 이날 NBC뉴스는 대선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49%로 동률을 기록하며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설론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오차 범위는 ±3.1%포인트다. 앞서 진행한 10월 조사에서도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8%로 동률을 기록, 교착 상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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