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협상의 진실 '인하' 아닌 '조정'..주주들 고통 분담

인하분 절반은 신주 발행, 절반은 장기 채권화
감자·유상증자로 주식가치↓..향후 주가하락 우려
  • 등록 2016-06-21 오후 3:37:07

    수정 2016-06-21 오후 3:37:07

현대 유니티호. 현대상선 제공.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한진해운(117930)이 용선료 30% 인하를 목표로 협상에 매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하가 아닌 용선료 조정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용선료 협상은 채권단의 출자전환 지원 조건 중 가장 어려운 관문이다. 앞서 현대상선(011200)은 4개월간 고군분투한 끝에 향후 3년반 동안 지급해야할 용선료 가운데 5분의 1 정도를 당장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의 조정안을 타결시켰다.

이를 두고 현대상선이 용선료 21%를 깎았다며 떠들썩했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용선료를 인하한 것이 아니라 조정한 것이다. 줄 돈은 다 주되 지급 수단과 시기를 달리함으로써 당장의 현금 지출 부담을 회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논란이 된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 과정에서도 협상 내용은 인하가 아니라 조정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17일 캐나다 컨테이너선사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은 영국 해운산업 전문지 로이즈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요구에는 절대 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이는 불과 사흘 전 조양호 회장이 왕 회장을 직접 만나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등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한 자리에서 “왕 회장이 용선료 조정 등에 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힌 한진해운 측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난 것은 왕 회장의 태도가 며칠새 바뀐 것이 아나라 용선료 협상과 관련한 시각차 확연히 달랐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 사례처럼 용선료 ‘조정’ 필요성을 호소했고 시스팬 측이 이에 대해 수용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인하와 조정을 구분하지 않은 채 용선료 인하라는 표현이 담긴 보도가 잇따르자 왕 회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용선료 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현대상선의 발표자료에서도 ‘인하’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20% 수준의 용선료 조정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표현했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비슷한 수준과 내용으로 용선료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양대 컨테이너선사 용선료 협상 내용
현대상선은 향후 3년반 동안 지급예정인 용선료 약 2조5000억원 중 21.2%에 해당하는 약 5300억원에 대해 해외 선주들과 협상을 통해 기존 계약과 다른 방식으로 지급키로 했다. 절반인 2650억원은 장기 채권화해 천천히 갚아 나가는 대신 나머지 절반인 2650억원은 현대상선 주식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한 뒤 해외 선주들에게 각각의 지분에 맞게 배정하고 해외 선주들이 보호예수 기간 없이 이를 바로 매도할 수 있도록 해 메리트를 줬다. 결국 해외 선주들은 표면적으로 큰 손해를 보지 않았다.

반면 대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 7대1 무상감자를 감수한 주주들은 해외 선주들이 신주 배정 후 시장에 물량을 대거 쏟아낼 경우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의 일반 개인 투자자 지분율은 작년말 기준 55.6%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을 통해 회사는 생존의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됐지만 주주들은 감자, 유상증자 등의 과정을 통해 그만큼의 고통 분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수조원에 달하는 용선료 부담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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