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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료 협상은 채권단의 출자전환 지원 조건 중 가장 어려운 관문이다. 앞서 현대상선(011200)은 4개월간 고군분투한 끝에 향후 3년반 동안 지급해야할 용선료 가운데 5분의 1 정도를 당장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의 조정안을 타결시켰다.
이를 두고 현대상선이 용선료 21%를 깎았다며 떠들썩했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용선료를 인하한 것이 아니라 조정한 것이다. 줄 돈은 다 주되 지급 수단과 시기를 달리함으로써 당장의 현금 지출 부담을 회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논란이 된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 과정에서도 협상 내용은 인하가 아니라 조정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17일 캐나다 컨테이너선사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은 영국 해운산업 전문지 로이즈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요구에는 절대 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이는 불과 사흘 전 조양호 회장이 왕 회장을 직접 만나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등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한 자리에서 “왕 회장이 용선료 조정 등에 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힌 한진해운 측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지난 10일 용선료 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현대상선의 발표자료에서도 ‘인하’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20% 수준의 용선료 조정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표현했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비슷한 수준과 내용으로 용선료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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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은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한 뒤 해외 선주들에게 각각의 지분에 맞게 배정하고 해외 선주들이 보호예수 기간 없이 이를 바로 매도할 수 있도록 해 메리트를 줬다. 결국 해외 선주들은 표면적으로 큰 손해를 보지 않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을 통해 회사는 생존의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됐지만 주주들은 감자, 유상증자 등의 과정을 통해 그만큼의 고통 분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수조원에 달하는 용선료 부담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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