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의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모(62)씨는 이같이 말했다. 80대 노모가 소화기내과에서 진료를 보기로 한 터라 이날 함께 왔다는 그는 의사들이 파업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날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는 김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덜컥 겁이 나서 일찍 움직였다”며 “의사들이 파업을 강행하면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는 것인데 멈췄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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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방침에 반발하는 ‘빅5’ 병원(서울아산·서울대·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를 앞두고 병원은 폭풍전야를 방불케 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굴렸고 간호사와 직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기자가 방문한 서울대병원은 평소보다 많은 환자로 붐볐다. 김씨처럼 파업 소식에 진료 등을 미리 당겨서 받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접수 대기자 숫자는 수십명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내분비 대사과 등 일부 과에는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만 30명을 넘기도 했다.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당혹감과 함께 냉담한 반응을 쏟아냈다. 이날 심혈관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한 80대 심모씨는 이번 주 금요일 오기로 했던 일정을 앞당겨 왔다고 전했다. 심씨는 “의료계가 파업을 한다고 하는데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오늘 받는 게 좋겠다 싶어서 오늘 오는 쪽으로 바꿨다”며 “의사 수를 늘리는 문제가 수년간 이뤄지지 않던 것인데 의사들이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과를 찾은 60대 김모씨는 “파업을 하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왜 파업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 현장 상황이 매우 어수선하고 입원 환자나 보호자,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직원 모두가 불안한 상황”이라며 “(수술이 연기된 환자뿐만 아니라)입원 환자들도 언제 나가라고 할지 모르니 말하기 어려운 정도의 불안한 상태”라고 현 병원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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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대해 오는 20일을 1년간의 집단 휴학계 제출일로 정한 가운데 19일에도 서울 주요 의대에선 일부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수업거부’ 움직임을 보였다.
다른 대학 상황도 마찬가지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일부 학년은 개강하고 수업 진행 중인 것이 맞지만 휴학계 제출 이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학생들이 휴학계를 낼 예정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시기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학생들과 접촉하며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의대 중 첫 번째로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원광대 의대생 160명은 이날 휴학을 철회했다. 교수들이 직접 학생들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가장 먼저 동맹휴학을 선언한 한림대 의대 역시 이날 오전까지 집단 휴학계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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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이 강대강 대치국면인 가운데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교협)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의사들은 어떤 경우라도 아프고 힘든 국민 곁을 지켜야 한다”며 “정부 또한 인내심을 가지고 의사들의 전문적인 의견을 경청하며 함께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부족 현상의 근본적인 해소를 위해 의사들의 권익과 의료계의 전문성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제안들을 열린 자세로 협의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