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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터리 자회사 SK온의 유상증자 결정에도 사업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가는 잘 버텼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가치 희석 우려보다 자금 불확실성 해소, 내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 SK온이 총 2조8000억원대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이 2조원, 한국투자PE 등 재무적 투자자가 8000억원을 SK온에 출자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안에 1조원을 출자하고 남은 1조원은 내년에 진행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유상증자를 통해 전환우선주가 100% 전환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100%에서 96.7%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상반기에 5000억원을 추가 조달하면 지분율이 94.8%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객사 수주잔고 규모도 1600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금액 규모로 환산하면 약 20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시장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계획된 투자 재원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과감한 결단으로 SK온은 포드, 현대차, 폭스바겐 등 확실한 고객사 물량 수주로 사업 확장을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차질 없는 투자금 확보로 성장세에 속도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그간 강조해온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등 사업 전략에 비춰볼 때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시나리오라는 분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사업이 ‘친환경’을 테마로 중장기 방향성이 정해져 있는 만큼 이를 대표하는 사업이자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배터리 사업을 지속하는 게 효과적 자원 배분 차원에서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색된 자금시장 환경과 예상보다 부진했던 수익성으로 인한 투자심리 훼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면서 “이번 유상증자는 SK온 자금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점이 핵심인 만큼 내년 가동률 상향에 따른 수익성 개선 가능여부가 주가의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