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엄살…내버려 둬” 훈련 중 사망한 고려대 선수 방치 논란

에어컨 있는 라커룸 대신 운동장 방치 주장
동료 "훈련일지보다 일찍 상태 안 좋았다"
  • 등록 2024-08-27 오후 3:35:07

    수정 2024-08-27 오후 4:55:48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일본 전지훈련 도중 열사병으로 사망한 고려대 럭비 선수와 관련해 감독과 코치진이 방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JTBC에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고려대 럭비 선수의 동료는 해당 선수가 쓰러졌을 당시 “‘엄살 부리는구나. 포기한다. 또 더위 먹은 거니까 그냥 내버려 둬라’ 그게 방치의 시작이었다”고 증언했다.

고려대 럭비부는 내달 27~28일 열리는 정기 연고전을 대비해 일본으로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다. A씨(21)가 사망한 지난 19일 선수들은 32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셔틀런’이라고 불리는 왕복 달리기를 오전 9시 45분부터 40분 넘게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에어컨이 있는 라커룸 대신 운동장에 방치됐다는 동료들의 증언도 나왔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A씨에 대한 조치는 그가 쓰러진 지 30분이 지나 이뤄졌다. 당시 A씨는 다리 경련을 일으켰고 이때 구급차를 불렀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열이 40도까지 올랐고, 다음날 끝내 숨을 거뒀다. 사건이 발생하자 고려대 럭비부는 오는 23일 귀국하는 일정을 앞당겨 20일 귀국했다. 코치진은 지진과 태풍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특히 고려대 럭비부 감독은 정기 연고전까지 팀을 맡겠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고대 럭비부 감독 이모씨는 ”이번 정기전까지는 같이 가자. OO이 내가 죽였잖아. 나한테 기회를 한 번 줘라“라고 선수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동료 선수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감독의 지휘를 거부하고 학교 측에 경질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측은 ”방치된 게 사실로 드러나면 정기 연고전을 포기하고 감독을 경질하겠다“고 밝혔다.

A씨의 유해는 지난 22일 오후 9시 45분쯤 고대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유가족은 키 183㎝, 몸무게 100㎏로 건장했던 A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오열했으며 영정사진은 지난해 고려대에 입학할 때 찍었던 빨간색 학교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었다.

한편, 군 혹서기 훈련 규정에도 기온이 섭씨 31~32도가 넘어서면 옥외훈련을 제한하거나 중지하라고 명기돼 있다. 특히 럭비부가 훈련했던 인조잔디는 천연잔디나 일반 운동장보다 높은 지열을 내뿜어 열사병·화상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당시 고려대 럭비 선수들은 웃통을 벗고 달궈진 지면 위에서 푸시업 동작을 한 뒤 달리기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또 A씨가 병원으로 실려 간 뒤에도 나머지 학생들은 20분간 훈련을 계속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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