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1조5천억 분식회계…檢 “전모 드러나지 않았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감사원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가 1조 5000억원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분식회계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보다 더 많은 액수의 분식회계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및 경영진 비리를 수사하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6일 “감사원의 감사는 강제 수사권이 없는 한계가 있어 분식회계의 전모가 드러난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특수단은 범행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검찰은 남상태 전 사장이 취임한 2006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및 상선을 포함한 500여건에 이르는 프로젝트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전날 감사원은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라는 보고서를 통해 2013년∼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가 영업이익 기준으로 1조 534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감사원 보고서를 ‘참고하겠다’면서도 “감사와 수사는 다르다”며 거리를 뒀다.

특수단 관계자는 “감사는 불법적인 것 뿐 아니라 부당한 것도 지적을 할 수 있지만 검찰 수사는 불법을 규명해 기소하는 것이 목표”라며 “감사원의 감사와는 좀 다르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출자회사인 산업은행의 직무유기에도 초점을 맞췄지만 특수단은 여지를 뒀다. 부당한 행위라도 형법상 처벌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수단 관계자는 “검찰은 형사처벌 대상만을 조사해 기소하는 것이 목표”라며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 수사할 생각이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산업은행을) 수사대상으로 특정하기에는 빠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남상태 전 사장이 뒷돈을 받고 휴맥스해운항공 정모(65)씨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씨의 구속영장 청구단계라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수단은 전날 수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