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내정자가 차기 행장은 내부 출신으로 선임하겠다는 인사 원칙을 드러낸 만큼 내부 전·현직 임원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이 우리은행 자회사 대표로 내정되면서 업계에선 김종득 전 우리종금 대표와 김정기 전 우리카드 사장의 2파전 양강구도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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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원덕 행장이 지난 7일 조직 쇄신을 위해 돌연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조직 혁신을 위해 외부 인사가 영입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임 내정자는 외부인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는 그룹 내 조직 안정화를 위한 임 내정자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회장에 이어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장까지 외부 출신으로 채워질 경우 자칫 조직 내 반발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은 이번 경쟁 레이스에서 빠지게 됐다.
이날 우리은행은 관계사 및 해외법인 대표 인사를 확정하고 박 전 사장을 자회사인 윈피앤에스 대표에 내정했다. 윈피앤에스는 부동산 자산 관리, 가구·인쇄, 정보통신업 등을 하는 회사다. 우리은행 행우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3대 현지 법인 대표도 교체된다. 정석영 전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장은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을, 박종일 전 우리금융 부사장은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장을, 우병권 전 우리금융 부사장은 중국우리은행 법인장을 각각 맡게 됐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우리은행 내부에서 확정한 것으로, 임 내정자의 의중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업계 안팎에선 사실상 김종득 전 우리종금 대표와 김정기 전 우리카드 사장의 2파전 구도가 그려졌다는 시각이다.
1962년생인 김 전 사장도 상업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 업무지원그룹 상무,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영업지원 부문장 겸 HR그룹 부문장, 우리금융 사업관리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사장은 2018년 말부터 우리은행 부문장에 임명돼 조직관리 능력을 인정받으며 은행 조직 내 ‘넘버 2’로 꼽혔다. 앞서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행장직을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와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우리금융저축은행 CEO로 발탁된 전상욱 전 우리금융 미래성장총괄 사장 등도 물망에 오른다. 임 내정자는 이미 타 계열사 CEO로 추천된 인사도 우리은행장 후보에 오를 수 있냐는 질의에 “이사회와 상의를 해봐야 한다”면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답했다.
우리금융은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임 내정자가 회장으로 취임하면 즉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보직자 3~4명을 후보군으로 정하고 일정 기간 인선 작업을 거치는 것을 고려하면 최종 선임은 3월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