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약 10년 만에 IT·모바일(IM)과 가전(CE) 부문을 통합하면서 미래를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 5G를 넘어 6G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기기와 서비스간 경계를 허물고 융합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삼성폰의 맞수라고 할 수 있는 애플도 최근 전기차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등 영역과 경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가전과 모바일, 서비스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도전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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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기존 IM 부문과 CE 부문을 통합, ‘세트’(SET) 부문 체제로 조직을 개편한다. 이날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한종희 삼성전자 CE 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 세트 부문장을 맡게 됐다. 이번 IM과 CE 부문의 통합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2011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SET 부문을 IM과 CE 부문으로 분리했는데, 이는 당시 세계 1위 제품인 TV와 휴대폰의 성공 경험을 공유해 타 조직간 편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조직을 통합한 것은 빠르게 바뀌는 산업 변화에 속도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은 빠른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제품군 중 하나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삼성전자는 위로는 애플과, 아래로는 중국 샤오미 등에 끼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존 IM 부문의 3사장 체제가 변화한 것도 눈에 띈다. 이전까지 IM부문은 고동진 사장이 총괄했고 무선사업부는 노태문 사장, 네트워크사업부는 전경훈 사장이 이끌어왔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3사장 체제는 각 부가 모두 독립적으로 사업부를 이끌어간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간 연계와 결합 측면에서 주도적으로 이끌기엔 다소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조직 통합에, 부문장까지 부회장급을 앉히면서 확실히 기존 3사장 체제와는 차이가 있을 거 같다. 각 사업부간 시너지 창출이 더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전까지 IM부문을 이끌던 고동진 사장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임 대표들의 전례를 보면 대부분 고문직을 맡아 경영일선에서 후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만큼 고 사장도 같은 단계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동진 사장의 거취나 세부적인 조직개편 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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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IM·CE 부문 통합은 사실상 예견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5G로 초연결시대가 되면서 스마트폰 그 자체보다 단말기가 갖는 ‘연결’의 의미가 더 커졌고, 이에 따른 가전과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간 시너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LG전자도 올 상반기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관련 MC사업본부 인력 수백명을 생활가전(H&A)사업본부로 재배치, 모바일 노하우를 가전사업과 결합시키고 있다. 3300여명의 기존 MC인력 중 300~500명이 일반 사업본부로 재배치됐는데 이중 가장 많은 수가 H&A본부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올 3분기 LG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A본부의 정규직은 1만824명으로 전분기(1만555명)보다 269명 늘었다.
삼성전자도 자체적으로 우수한 가전, 서비스, 모바일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한 만큼 이를 연결만 잘 시킨다면 향후 시너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가전제품에 적용해 왔던 비스포크(원하는 색을 조합해 적용) 방식을 자사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3’에 처음으로 적용하는 등 모바일과 가전간 접목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향후 이 같은 혁신적인 변화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전은 전통적으로 3차 산업, 모바일은 4차 산업으로 분류되는데 이를 통합해 이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모바일과 가전을 개발단계에서부터 통합시켜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더 편리하게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는 구독경제가 대세인 만큼 이젠 하드웨어(단말)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며 “삼성전자도 단말과 서비스, 다양한 사업과 연결시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