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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오는 11일 오전 9시 30분 양 전 원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4일 밝혔다. 양 전 원장 측은 소환통보에 아직 분명한 답을 하지는 않았다.
양 전 원장이 출석하면 지난해 6월 1일 경기 성남의 자택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약 7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재판에 대한 부당한 거래와 판사에 불이익은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시절인 2011~2017년까지 △일제 강제징용자 손해배상 소송 지연 등 이른바 ‘재판거래’ △‘법관 블랙리스트’(인사 불이익) △거액의 비자금 조성 △헌법재판소 정보 유출 등 일련의 사법농단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실무진 등이 저지른 재판개입 혹은 법관사찰 등 행위를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관심을 갖는 재판의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또 본인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법관을 제압하기 위해 뒷조사를 하고 인사 불이익을 가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사법농단 실무를 총괄한 임종헌(59·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및 박병대(62)·고영한(64) 전 대법관(법원행정처 처장)과 지시관계를 통해 공모를 벌였다고 결론내린 상태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7일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공모관계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전직 대법관 영장 기각 이후 강제징용 소송 재판거래 의혹과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중심으로 보강 수사에 주력해왔다.
검찰은 양 전 원장 소환이전에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후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로선 양 전 원장을 가장 윗선으로 한 법원행정처 내부의 조직적인 공모관계를 규명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의 혐의를 가리키는 관련자의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재판거래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도 관심사다. 검찰은 지난달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환해 상고법원 설치를 둘러싼 청와대와 당시 법원행정처간 논의를 추궁했다.
사법농단 수사에서 유일하게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혐의가 새로 드러나면 이달 안으로 추가기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