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스파크 이지트로닉 시승기 - 부드러움과 즐거움을 잡은 수동 기반 변속기의 등장

  • 등록 2016-07-05 오후 2:01:40

    수정 2016-07-06 오전 11:00:23

[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기온이 오르는 6월의 어느 날, 출시 자료를 통해 알게 된 ‘이지트로닉’이 장착된 스파크의 궁금함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지트로닉에 대한 궁금증이 갈증으로 이어질 무렵 우연한 기회에 2017 스파크를 시승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푸조 MCP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수동 기반의 변속기인 이지트로닉은 자동 변속기의 편리함과 수동 변속기의 연비 그리고 스포티함을 갖출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푸조의 MCP 처럼 주행중 쾌적함이 떨어지지 않을까? 라는 우려와 함께 차량을 만났다.

경제성을 강조한 이지트로닉 변속기

한국지엠은 지난 6월 13일, 경제성을 강조하며 가격 부담을 덜어낸 ‘스파크 이지트로닉’의 판매를 시작했다. 이지트로닉은 유럽 무대를 담당하는 오펠이 엔트리 소형 모델에 적용하는 간단한 구조의 변속기로 푸조 MCP와 같은 수동 변속기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 변속기’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파크는 수동, C-Tech 그리고 이지트로닉으로 이어지는 변속기 라인업을 마련했다.

유체를 이용해 부드러운 변속과 동력 전달 기능을 제공하는 토크 컨버터 방식의 자동 변속기와 달리 수동 변속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간결한 구조를 바탕으로 무게가 가지고 있어 경제성은 물론 효율성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이런 변속기를 활용했던 푸조와 시트로엥은 변속 충격 등으로 대표되는 수동 변속기 기반의 자동 변속기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자동 변속기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이 제시한 이지트로닉은 어떤 매력,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대중 시장을 타겟으로 한 더 넥스트 스파크 이지트로닉

이지트로닉을 탑재한 더 넥스트 스파크는 기존의 스파크와 큰 차이가 없다. 정확히는 변속기가 바뀌었을 뿐 제품의 기본적인 구성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지트로닉은 수동 변속기와 C-Tech의 사이를 공략했다. 실제로 이지트로닉은 더 넥스트 스파크의 중간 트림이라 할 수 있는 LT와 LT 플러스 트림(수동 변속기 모델)에서 선택할 수 있다.

수동 변속기 차량에 이지트로닉을 추가할 경우 추가 부담 비용이 약 80만원으로 약 160만원 가량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C-Tech의 절반 가격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C-Tech으로 인해 가격 부담이 커져 스파크 대신 다른 차량으로 이탈하는 고객에게 합리적인 제안을 하겠다’는 한국지엠의 정책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지트로닉이 추가되면서 달라진 건 기어 노브의 디자인이 바뀐 것이다. 변속기의 구조가 달라지면서 기존의 I자 형태의 C-Tech과 완전히 다른 기어 쉬프트 구조를 사용하는 이지트로닉의 영향이다. 실제로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이들은 기어 레버를 자주 만지게 될텐데 이지트로닉이 적용된 스파크의 기어 레버는 손에 쥐는 맛이 좋아져서 수동 모드로 상하 움직임을 할 때나 주차시 좌우로 움직일 때 모두 만족스러운 기어 변경이 가능했다.

MCP와는 다른 부드러움의 이지트로닉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하며 이지트로닉을 탑재한 더 넥스트 스파크의 운명은 바로 부드러움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효율성에서는 모두가 만족했지만 ‘변속기에 이상이 있는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받은 MCP를 생각하면 당연한 우려다. MCP에 대해 아쉬운 평가를 했던 국내 소비자 및 자동차 기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는 일상 주행 중, 그러니까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고 있는 상태에서 변속이 되는 순간 최대한 부드럽게 변속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MCP의 경우에는 변속이 될 시점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살짝 떼주는 ‘테크닉’을 가미해야만 변속 시 꿀렁거리는 변속 충격을 방지할 수 있어 MCP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낮은 속도의 변속 상황에서 상체와 머리가 앞으로 휘청거리는 경험을 피할 수 없었다. 과연 ‘이지트로닉은 어떨까?’라는 생각에 기어를 바꾸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스파크는 움직였고, 무척이나 짧은 기어 비를 자랑하며 곧바로 변속이 이어졌다. 생각보다 빠른 변속에 놀랐지만 곧바로 ‘이게 정말 MCP와 같은 방식의 이지트로닉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정지 상태 혹은 저속으로 진행 중 순간적으로 RPM이 치솟으며 변속 될 경우에는 분명 MCP와 비슷한 반응이 느껴지지만 MCP와 비교하면 무척 나긋한 편이다.

특히 RPM을 부드럽게 끌어 올리거나 변속이 감지될 때 엑셀레이터 페달에서 살짝 힘을 떼주는 정도의 조작만 하더라도 ‘변속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MCP처럼 꿀렁거리는 현상은 없는 수준이다. 이렇게 되니 시승을 이야기하며 근심 어린 목소리를 냈던 직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스포티한 감각을 즐기다

일상 주행에서의 부드러움을 확인된 후에는 ‘주행의 즐거움’을 확인하고 싶었다. 사실 이지트로닉 이전의 MCP가 다루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작만 익숙하다면 마치 수동 변속기처럼 경쾌하게 맞아 떨어지는 변속감을 기반으로 하는 ‘달리는 즐거움’이 뛰어난 것이었다.

이에 쉬프트 레버를 뒤로 당겨 기어를 한 단 낮추고 RPM을 끌어 올려 주행의 템포를 끌어 올려보았다. 더 넥스트 스파크는 푸조의 차량과 달리 패들 쉬프트가 존재하진 않아 쉬프트 레버를 앞뒤로 밀고 당기며 차량의 템포를 조율했다. 변속 속도는 그리 빠른 편은 아니지만 수동 변속기의 변속 감각이 느껴지는 점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이지트로닉의 똑똑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2,800RPM에서 변속을 진행하거나 변속을 하도록 인디케이터에 표시를 하지만 운전자의 엑셀레이터 페달 사용량과 주행 속도 및 RPM 등을 고려해 최적 변속 RPM 가이드 타이밍을 수시로 바꾸는 모습이 이어지며 주행 내내 감탄하게 되었다.

MCP와 다른 길을 걷는 이지트로닉

이지트로닉은 분명 국내 시장에서 낯선 존재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MCP와 비교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지트로닉은 기계적인 감성이 강조되어 ‘수동 변속기’에 가까운 MCP와 비교한다면 한층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감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사로 밀림 방지 시스템을 더하며 언덕 재출발 상황 등에서 운전자들이 더욱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역시 이지트로닉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설명해주는 좋은 예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MCP와 구조와 방향성 부분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이지트로닉이지만 이지트로닉은 수동 변속기 기반의 자동 변속기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평범한 자동 변속기라고 생각하고 지내도 크게 문제되거나 운전자 입장에서 거슬릴 만한 요인이 없는 수준이라 이지트로닉이라고 두려워하지 않고 부담 없이 접근해도 될 것 같았다.

경차의 존재를 확신시키는 효율성

한편 시승을 하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도심 주행의 연비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역삼동 개나리 아파트에서 과천에 위치한 경마공원까지 이동하며 연비를 확인했다. 점심 시간이 끝날 무렵 주행을 시작해 약 30분 가량 주행을 한 후 경마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고, 곧바로 트립 컴퓨터를 확인해보았다.

트립 컴퓨터를 기준으로 총 15.5km를 평균 25.6km/h의 속도로 달린 스파크는 15.1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직접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비교 차량이 없었지만 15.1km/L의 연비는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효율성’이라 할 수 있었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165/65R 14인치의 휠과 금호타이어 솔루스 TA31이 장착되어 있었다.

또 다른 매력을 품은 이지트로닉

더 넥스트 스파크는 게임 체인저로서 그 경쟁력을 갖췄음을 이미 증명한 차량이다. 지난 세대에서 부터 이어진 C-Tech 변속기와 더 넥스트 스파크에 새롭게 적용된 3기통 엔진은 물론 섀시와 서스펜션 등 제품 전반에 걸쳐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우수성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진 이지트로닉은 C-Tech보다 조금 더 적은 부담과 조금 더 즐거운 감각으로 또 다른 매력을 제시한다. 물론 아직은 낯선 존재인 만큼 한국지엠은 이지트로닉이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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