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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호조 속에 건설업체들이 분양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미분양 물량이 지난 5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과잉 공급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지만 주택업계는 올해 하반기에도 공급을 늘릴 태세다. 하지만 향후 대출 금리가 다시 오를 경우 2~3년 뒤 입주 시점에 잔금 납부가 어려워진 수분양자들의 계약 파기가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업계의 물량 털기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밀어내기 공급에 미분양 대한 현실화되나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수도권에서 분양된 주택은 총 10만 4353가구로 전년 동기(5만 2440가구) 대비 두 배 늘었다. 부동산 경기가 좋은 틈을 타 신규 공급 물량을 마구잡이로 쏟아낸 결과다.
청약 열기에 편승한 건설사들의 고질적인 분양가 뻥튀기 경쟁도 재연되는 모습이다. GS건설(006360)이 지난 6월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선보인 ‘왕십리자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3㎡ 평균 2000만원 선을 넘어섰다. 이 지역 역대 최고가다. 이 아파트 전용 84㎡형은 분양가가 6억원대로 주변 시세보다 5000만원 가량 비싸다. 이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국제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하는 ‘대치 SK뷰’아파트도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입지 여건이 좋지 않은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는 청약 미달 단지가 적잖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1·2순위 청약 접수를 마감한 경기 화성 ‘송산그린시티 휴먼빌’ 아파트(전용 70~84㎡)의 경우 746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17명만 신청, 최종 경쟁률이 0.42대 1에 불과했다. 또 같은달 현대산업개발이 포천시 군내면에 선보인 ‘포천 아이파크’ 아파트(전용 59~84㎡)는 481가구 모집에 394명이 청약 신청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현재와 같은 공급 추세가 유지될 경우 분양시장이 조만간 ‘소화 불량’에 걸릴 수 있다”며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히 되는 상황에서 입주 시점에 계약 파기및 미입주 사태가 발생하면 건설업체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 수급 고려한 공급 조절 등 업계의 자정 노력 필요”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업체 입장에서도 주택시장 호조세를 맞아 물량 털기에만 급급하기보다는 향후 입주 시점을 고려해 지역별 물량 공급을 조절하는 편이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신규 분양을 염두에 둔 실수요자들도 향후 입주 시점까지 고려한 청약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들어 신규 공급이 몰리는 지역은 입주 때 물량 폭탄으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보유 자금이 부족한 20~30대라면 대출이 집값의 30%선을 넘기지 말고 청약 지역도 배후 수요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하우스푸어로 내몰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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