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최대 관심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여부다.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핵심 요직인 선거대책위원장이나 공천관리위원장 인선이나 가장 민감한 공천 문제에 권한을 행사할 수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 이를 둘러싸고 당내에서 백가쟁명식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
김 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국회 당 대표실과 의원회관 사무실을 모두 잠그고 이틀째 잠행에 들어갔다. 전날 친윤계 핵심이자 전당대회 당시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의 한 축인 장제원 의원이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며 중진 중 첫 불출마 선언을 하자, 김 대표 역시 거취 표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다”며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돼 송구하다”고 썼다.
김 대표는 이어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며 당대표직 사퇴 의사를 공식화했다. 다만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김 대표가 5560공약(당 지지율 55%·대통령지지율 60%)을 내세웠지만 당 지지율은 더 떨어지고, 인정하지 않았던 위기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이런 ‘김기현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사퇴는 기정사실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김 대표의 사퇴에 따라 친윤의 핵심으로 지목된 권성동, 이철규, 윤한홍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현 정부 출범에 기여한 핵심 세력으로 그동안 당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만큼 현재 당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장 연대가 신호탄을 쏴 올린 만큼 국민의힘이 바뀌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고, 이후 혁신이라는 수레바퀴가 잘 굴러갈 수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친윤 핵심 세력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는 본인의 정무·정치적 판단에 맡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포스트 김기현 체제’ 이후 여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당장 총선이라는 중차대한 선거가 임박한 상황이라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새 당 대표를 뽑는 대신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도 비대위원장이 선거를 총괄하는 선대위원장을 겸임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김 대표의 사퇴로 당 대표 궐위된 상황이라 윤재옥 원내대표가 권한대행 체제로 즉각 전환하게 된다. 이 원톱 체제로 공관위, 선대위를 출범할 수 있다. 하지만 공관위 결정 등을 당 대표가 결정해야 하는데다 당 원내 상황이나 야당과 실무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윤 원내대표는 전면에서 물러나고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현 정부의 실세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꼽힌다. 당은 대중적 인지도나 높은 당내 간판급 얼굴을 내세워 선대위를 조기 발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또다시 깜짝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는 “일단 대표 리스크와 별도로 총선 준비는 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 주에는 공관위 구성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당원들의 불안감이나 불만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라 당 전체가 총선 모드로 전환하는 시기가 예정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