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루는 데에는 △유럽 경기침체 △미국 경기 회복세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 등 ‘삼박자’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일 제약업체 머크는 22일(현지시간) 미국 화학업체 시그마-알드리치를 17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독일 전자전기업체 지멘스도 이날 미국 에너지 장비제조업체 드레서-랜드그룹을 7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인수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기로 했다.
시장 조사기관 톰슨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독일기업의 미국 M&A 규모는 645억달러(약 67조671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독일이 지난해 전체 기간 동안 미국에서 단행한 M&A 규모가 5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M&A 급증세는 주목할 만 하다.
디트마르 리그 주미 독일상공회의소 회장은 “독일 기업들은 그들 소비자들이 있는 곳을 원한다”며 독일 기업이 M&A를 통해 미국 진출에 본격 나서고 있는 지를 설명했다.
리그 회장은 유럽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독일 기업이 미국 기업 M&A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로 시장 전망치 0.1% 증가에 못 미쳤다.
반면 미국은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7월 6.2%대로 하락했으며 연말까지 5%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전미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9.0을 기록해 7월(57.1)보다 크게 개선됐다.
ECB의 경기 부양책도 독일 기업의 미국 M&A 가속화에 한 몫하고 있다. ECB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함께 중견·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이 미국기업 M&A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