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코로나19 기간 동안 국경을 봉쇄하고 인적교류를 단절했던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문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한 여행사는 외국인 대상 골프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공지를 올리는 등 북한이 최근 들어 교류의 뜻을 대내외적으로 밝히고 있다. 북한이 대북제재를 타개하기 위해 ‘스포츠 외교’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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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조선관광 사이트에 따르면 총국 산하 려명골프여행사는 지난 2일 게시한 공지에서 “외국의 벗들도 희망하신다면 우리나라(북한)에서 봄과 가을에 진행되는 골프 애호가 경기에 참가할 수 있으며 조선의 골프애호가들과 친선의 정을 두터이 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어 “골프 애호가 경기에 참가하실 분들은 국가관광총국 려명골프여행사와 연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글 외에도 평양골프장을 홍보하는 듯한 여러 건의 글이 올라왔다. 평양골프장은 2011~2016년 가을 영국 루핀여행사가 주관하는 ‘평양 국제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후 리모델링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제 대회를 열지 않았다.
이같은 골프 대회 개최는 코로나19로 인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북한이 경제 교류에 나서기 위한 신호라는 평가다. 북한은 지난달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에 중국·러시아 인사를 초청하며 본격적인 인적교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9월 열리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여도 기정사실이다. 앞서 중국 국가체육총국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45개 국가가 모두 참가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참가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팔렙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북이 활발히 교류를 하던 시기라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했다. 이번 대회는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직된 만큼 따로 입장할 전망이다.
또 일본 도쿄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태권도 세계선수권 대회에 100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선수단은 오는 17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거쳐 베이징으로 입국한뒤 항공편을 통해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 려명골프여행사가 올린 골프대회 공지 글(사진=북한 국가관광총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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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코로나19로 3년간 국경을 봉쇄하고 인적 교류를 중단했다. 다만 작년 중국이 엔데믹을 선언하면서 무역 교류를 일부 재개하는 모양새다. 중국 해관총서가 공개한 무역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북한과 중국의 무역 총액은 10억5578만달러로 전년(3억4134만달러) 대비 209% 증가했다. 국경봉쇄로 위축됐던 양국 간 무역이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도 약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시기도 북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 우방국에 경제 개방을 할 수 있다”며 “이후 국제기구와 미국 등 순으로 제재를 풀고자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부는 북한이 아시안게임을 참여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종합상황실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며 “9월에 통일부가 관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현지에서 모니터링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