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 간뒤 죽은 줄만 알았던 언니, 北에 살아있을 줄이야"

北에 가족있다 생각 못하고 상봉행사 신청도 못해
  • 등록 2018-08-24 오후 3:34:44

    수정 2018-08-24 오후 3:34:44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한 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공동취재단] “수용소에 잡혀간 것만 알았지, 북으로 간 것은 생각도 못했다.”

김형인( 83)씨는 24일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언니를 70여년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김씨의 언니 김형인(86)씨는 1950년 9·28 서울 수복 당시 거제포로수용소로 끌려갔다. 6·25 전쟁 발발 당시 동덕여고 빙상부에 속해있던 김씨의 언니가 동네에서 동원되는 여자를 관리하는 등 인민군을 도왔다고 누군가 고발하면서다.

김씨의 남동생 김학수(66)씨는 “9·28 수복 때 주변에서 누님이 인민군하고 손잡고 협력했다고 고발하니까 우리 군이 포로로 잡아서 거제 수용소로 잡혀간 것으로 안다”며 “한마디로 말하면 민족의 비극”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거제 포로수용소에 있을 때 유엔군 통역관을 하던 사촌이 한번 면회를 갔던 게 (언니 소식을 들은) 마지막”이라며 “여기가 고향이고 학생이었고, 여자였으니 혼자 북에 가서 살았을 거란 생각을 전혀 못해 이산가족 신청도 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모님도 (언니를) 죽었다고 간주하고 살았다”며 “그런데 이번에 보니 아버지가 언니 사망신고는 하지 않고 행방불명으로 해놓으셨더라”고 전했다.

김씨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북에서 고생했을 언니 생각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언니를 만나면 가장 먼저 왜 이북에 간 건지 묻고 싶다”며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두리(87)씨도 이번 상봉에서 그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언니 강호례(89)씨를 다시 만나게 됐다. 6·25 전쟁 발발 당시 집안의 맏이였던 강호례씨는 이미 시집을 간 상태로, 가족의 피난길에 함께하지 못했다. 경북 영덕이 고향인 강씨네 가족은 전쟁 뒤 고향으로 돌아온 뒤로도 강호례씨에게 소식이 없자 그간 죽은 줄로만 알고 지내왔다.

이번 상봉에 동행한 강두리씨의 딸 최영순(59)씨는 “어머니가 처음 연락을 받고는 ‘언니가 살아있단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막 우셨다”며 “가족들 모두 ‘기적같은 일, 로또 맞았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한편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은 이날 오후 금강산에 도착해 단체상봉을 시작했다. 남북 이산가족은 26일까지 2박 3일간 모두 6차례, 12시간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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