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 수 있었는데"…4시 6분에 걸려온 엄마의 마지막 전화

제천 화재사고 14명 시신 안치된 제천서울병원
"어머니 구조대 도착후에도 119, 112, 가족에 전화"
유족들 "잇단 대형인명사고는 시스템 문제"
  • 등록 2017-12-22 오후 3:09:11

    수정 2017-12-22 오후 4:05:44

제천 화재 참사현장 처참한 외형 드러내 사진=연합뉴스
[제천=이데일리 윤여진 기자] A씨의 스마트폰 수신기록창엔 21일 오후 4시 6분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남아 있다. 1초 만에 끊긴 이 전화가 걸려오기 13분 전인 오후 3시 53분쯤 제천소방서가 119신고를 접수했다. 7분만인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30분이 지난 오후 4시 30분에서야 건물 2층 유리창을 깨고 여자 목욕탕에 진입할 수 있었다. 여자목욕탕에서만 시신 20구가 발견됐고 이들 중 A씨의 어머니 박모(50)씨도 있었다.

이날 사고로 숨진 29명 가운데 14명의 시신이 안치된 충북 제천시 서부동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 언제 장례식이 치러질지 알 수 없어 그저 탁자에 몸을 기대고 망연히 앉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 친구 어깨에 기대 의지하고 있는 유족 A씨도 있었다.

제천시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이근규·대책본부)는 합동장례식을 진행하기 위해 유족 동의를 받는 절차를 준비 중이지만 A씨는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이미 119, 112, 그리고 자기까지 엄마를 기다리게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씨는 “엄마 휴대폰을 보면 오후 4시 2분에 119신고를 했다. 2분 뒤인 오후 4시 4분에 112신고를 했다. 그리고 또 2분 뒤 내게 전화를 했다. 나에게 전화가 온 지 몰랐다. 전화가 바로 끊겼던 것 같다”며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신고전화를 걸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그런데 한 시간도 더 지난 5시 15분에야 그 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A씨의 어머니는 곧바로 구조대 차량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다.

A씨는 긴급청원휴가를 쓰고 나온 군인인 동생과 함께 22일 오후에 장례식을 치룬다. 황망하게 아내를 잃은 아버지와 함께다. A씨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이 장례식 기간에 끼어 4일장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장 복도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있던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한 노인은 연신 “어떻게 하면 좋아” “세상 천지에 이런 일이 어디 있어”라고 울부짖었다.

이번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B씨는 “어머니의 유일한 낙이 대중탕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목욕하는 것”이었다며 “만약 내가 서울에 살지 않고 제천에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면 죽지 않으셨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정부를 비판하자는 건 아니다. 이건 단순히 안전불감증은 아니다. 뭔가 바뀌어야 한다. 대형 인명 사고가 이렇게 자주 터지는 분명히 제도적인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국토교통부 산하 시설안전공단,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경찰청과 함께 스포츠 센터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 중이다. 대책본부는 합동감식이 끝나는 대로 중간보고를 받아 화재 원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숨진 29명 중 14명의 시신의 안치된 충북 제천시 서부동 제천서울병원장례식장 간판. 간판 밑에 “제천화재 유족 대기실 지상 2층으로 올라가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은 안내 표지가 붙어 있다.(사진=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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