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이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대체복무 적용을 대통령실에 건의한 것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 대중 예술인의 대체복무를 놓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어서다.
| 아이돌그룹 BTS가 2030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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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BTS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적용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단순히 BTS에 군 면제라는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만약 BTS가 대체복무제도를 적용받게 된다면 그들만이 해낼 수 있는 역량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썼다.
박 시장이 특히 ‘대통령실’을 집어 건의를 남긴 데는 대통령 시행령에 그 대상을 위임할 권한이 있어서다. 현행 병역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 소유자에 대해 문화체육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BTS와 같이 대중 예술인에 대한 규정은 따로 마련돼있지 않아 BTS는 대체복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통령 시행령에는 대체복무 대상을 국제·국내 콩쿠르 입상자, 올림픽 3위·아시안 게임 1위의 성적을 올린 사람으로 규정했다. 이를 손질하면 대중 예술 특기자도 포함 시킬 수 있다.
그러나 대중 예술인의 대체복무 편입은 사회적 논쟁이 여전한 주제다. 국회에서도 이를 포함한 병역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후 계류돼 있다.
오는 9월 임시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 정작 여야 의원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국방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인사다.
국방부 장관과 병무청장도 BTS의 대체복무를 통한 병역특례에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군 입대를 전제로 “연습 시간을 주고 해외에서도 공연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악병’ 지원을 통해 뮤지컬 공연 등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현행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방안이다.
이기식 병무청장도 “대중문화예술인을 또 추가하는 것은 전체적인 병역특례의 틀을 깰 수 있다”고 반대의 뜻을 보였다.
팬들 사이에서도 환영의 목소리보다는 반대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BTS가 현역으로 입대해 군악병 지원에 성공한다면 제한적이나마 공백을 최소화하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대체복무를 하게 된다면 그 시간이 18개월에서 34개월로 늘어나게 된다.
|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당선 이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대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맨 왼쪽)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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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손질을 위해 국회에서 국민적 여론을 모으고 있는 과정인데 박 시장은 이를 건너 뛰고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 시행령 개정을 요청하고 나선 셈이다. 더욱이 취임 이후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실익 없이 부담만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박 시장의 건의에 대해 대통령실은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BTS 대체복무제도 적용’ 검토에 대해 “구체적인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BTS 멤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진은 1992년생으로 만 30세가 되는 오는 12월 31일까지 군 입대를 해야 한다. 법령 개정까지 시간이 촉박해 변죽만 울리고 무산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