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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외국인으로 생활했다. 말로만 듣던 문화적 격차를 직접 체험했다. 서양화를 공부했지만 다른 토양과 종자에서는 다른 꽃이 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나고 자란 한국을 숙고하며 이를 ‘붉은 산수’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두 가지 화두를 집어넣었다. 사라져가는 금수강산의 풍경을 아름답게 재현하는 것, 하지만 그 풍경에 지닌 상처들을 외면하지 말 것. 군 시절 군사분계선에서 야간보초를 서며 야간 투시경으로 세상을 봤던 기억이 단초가 됐다.
10월14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이세현의 ‘플라스틱 가든’전은 ‘붉은 산수’로 주목을 받은 이세현의 대표작 ‘비트윈 레드’ 연작을 비롯해 신작 ‘레인보우’ 연작 등 회화 21점과 조각 4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기존 작품들이 여러 시점에서 역사의 상처와 사라진 과거 풍경을 표현했다면 ‘레인보우’ 연작은 현 시대의 사회적 현실과 아픔을 보여주는 파편들을 모아 원예용으로 쓰이는 분재처럼 인위적으로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