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군사독재정권 당시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하며 ‘고문 기술자’로 악명을 떨친 전직 경찰관 이근안이 국가에 33억6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배상한 금액 일부를 가해자 이근안이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2012년 12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근안은 자신의 고문을 다룬 영화 ‘남영동1985’에 대해 “영화 속 고문이 과장됐다. 내가 저렇게 악질이었나 하는 마음에 울었다”고 황당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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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이세라)는 이날 국가가 이근안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근안 측이 재판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청구한 33억6000만원이 그대로 인용됐다.
김제 가족간첩단 조작 사건은 1982년 전북 김제에서 농사를 짓던 고(故) 최을호 씨가 북한에 납치됐다가 돌아온 뒤 조카들을 포섭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치안본부(옛 경찰청) 대공수사단 소속이었던 이근안은 공안검사 정형근과 함께 구타와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사형이 확정돼 집행됐고, 조카들은 검찰 조사 도중 사망하거나 석방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최을호 씨 등은 유족이 청구한 재심에서 2017년 무죄가 확정돼 누명을 벗었다. 이후 그의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국가가 유족에게 114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정부는 이근안을 상대로 손해배상금을 부담하라며 구상금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