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학대에도 자책…멍투성이로 숨진 12살 일기장

“어머니께서 깨워주셨는데 제가 정신 안 차려”
“무릎 꿇고 벌 섰다…의자에 묶여 있었다” 등
계모 “나들이가는 날도 있었는데, 일부만 써”
“아이가 하고픈 거 하게 하면서 시간 보냈다”
  • 등록 2023-06-30 오후 5:47:28

    수정 2023-06-30 오후 5:47:28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계모의 상습 학대와 친부의 방임으로 숨진 12살 초등학생이 생전 일기장에 “어머니께서 깨워주셨는데 제가 정신 안 차렸다”는 등 자책하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12살 초등학생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 A씨가 지난 2월 1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류호중)는 30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 방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모 A(42)씨와 친부 B(39)씨의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일기장에는 C(사망 당시 12세)군이 학대를 당하고도 자신을 자책하는 내용이 담겼다.

C군은 일기에 “어머니께서 오늘 6시 30분에 깨워주셨는데 제가 정신 안 차리고 7시 30분이 돼서도 (성경을) 10절밖에 안 쓰고 있었다”며 “어머니께서 똑바로 하라고 하시는데 꼬라지를 부렸다”고 적었다.

이어 “매일 성경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잠을 못 주무셔서 힘드신데 매일매일 6시 30분에 깨워주셔서 감사한데 저는 7시 40분까지 모르고 늦게 나왔다”며 “어머니께서 제 종아리를 치료하시고 스트레스 받으시고 그 시간 동생들과 아버지께서도 힘들게 만들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C군의 일기장에는 같은 해 12월 작성된 “무릎을 꿇고 벌을 섰다” 또는 “의자에 묶여 있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연녹색 수의를 입은 A씨는 출산한 아기를 가슴에 안고 법정으로 나왔다. 그는 “가족들과 나들이가는 날도 있었고 여러 날이 있었는데 일기장에는 일부 내용만 쓴 것 같다”며 “일기장에 잘못했던 것을 돌아보면서 쓰도록 해서 (그런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저학년일 때는 일기장을 봤지만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일기장을 자주 보지는 못했다”며 “보통 아이가 일기를 쓸 때는 저한테 잘못하면 그냥 잘못한 일을 되돌아보면서 (반성문 식으로) 써서 식탁 위에 올려놨다”고 했다.

A씨는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양육 노력을 했고 범행 당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정신·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감당이 안 돼서 시댁에 내려가는 방법도 알아보고 있었다. 유학도 추진하고 있어서 남편과 의논해야 하는데 크게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C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하며) 아이가 음악을 좋아해 기타나 피아노 등 음악 공부를 많이 했다”며 “학습지도 하고 공부도 했는데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거 하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A씨가 C군의 눈을 헤어밴드로 가린 채 의자에 결박하고 학대로 몸에 멍이 든 C군의 모습이 담긴 홈캠 갈무리 장면도 공개됐다. 이와 함께 A씨가 인터넷 검색 엔진에 ‘아동학대’를 쳤던 것도 알려졌다.

A씨 등의 결심공판은 오는 7월 열릴 예정이다.

앞서 A씨는 지난해 3월 9일부터 지난 2월 7일까지 11개월간 인천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C군을 50차례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B씨는 2021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C군을 드럼채로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A씨의 학대를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4월 유산한 뒤 모두 원망을 C군에게 쏟아내며 심하게 학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C군에게 성경 필사를 하게 하거나 최대 16시간 동안 책상 의자에 결박하고 홈 캠으로 감시하는 등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C군은 약 1년간의 학대로 8㎏이 빠졌고 사망 당시에는 키 148㎝에 몸무게 29.5㎏밖에 되지 않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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