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 약속하고 배출량 9톤 출퇴근 전용기 타는 CEO

니콜 신임 CEO, 주 3회 사무실 근무
출퇴근 편도로만 1596㎞ 이동에 전용기 제공
전용기, 이산화탄소 최소 9톤 배출…美가정 연간 소비량 맞먹어
"탄소배출권 21세기 버전 면죄부"
"전용기 제공, 스타벅스 친환경 전략 관심 높여"
  • 등록 2024-08-27 오후 3:04:21

    수정 2024-08-27 오후 3:16:2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 체인 스타벅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약속한 가운데 새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니콜에게 출근길 9톤(t) 가까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출퇴근 전용기를 제공키로 하면서 스타벅스가 그간 추진해왔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빛이 바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체인인 스타벅스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될 브라이언 니콜. (사진=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니콜 신임 CEO에 출퇴근 전용기를 제공키로 한 스타벅스의 결정은 회사의 탄소발자국을 크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주요언론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니콜 CEO와 채용 계약서에 “필요할 경우 자택에서 본사로 출퇴근하는 데 동의한다”고 명시하며 “회사 정책에 따른 개인 여행에 ‘회사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뉴포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스타벅스 본사는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다. 출퇴근시 편도로만 약 1596㎞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미국 연방항공청 등록부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자회사 스타벅스 캐피탈 에셋리스에서 2007년식 걸프스트림 G550 제트기를 보유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초부터 직원들이 적어도 주 3일은 사무실에서 일하도록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니콜 신임 CEO도 최소 일주일에 3일은 시애틀 본사에서 근무해야 한다. 시애틀로 출근하지 않을 경우 뉴포트비치에 마련한 별도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며 스타벅스는 이 공간에도 비서 역할을 수행할 직원을 배치할 방침이다.

스타벅스의 이 같은 결정에 수 십년 간 이어져 온 기후변화 완화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벅스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공급망을 재구성하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넷제로 전환’ 이니셔티브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스타벅스는 홈페이지에 “미래에 대한 우리의 비전은 지구에서 취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주는 자원 포지티브가 되는 것”이라며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니콜 신임 CEO가 출퇴근에 전용기를 이용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소 9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구 가정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스타벅스의 ESG 등급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EGS 등급을 높이기 위해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조나단 베리와 마이클 부쉬바허 로펌 보이든 그레이 PLLC 파트너는 WJS에 “기업들은 ‘순 배출량 제로’, ‘강력하고 지속 가능산 경제로 전환’을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그 어떤 희생도 하지 않으려 한다”라면서 “탄소배출권은 21세기 버전의 면죄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CNN은 “니콜 신임 CEO에 대한 개인 전용기 특혜는 비행의 기후 변화 영향뿐만 아니라 최근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새로운 컵을 출시하는 등 스타벅스의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전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짚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제트기 운행으로 연간 약 8억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총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특히 개인 제트기의 경우 상업용 항공기에 비해 연료를 더 적게 소모하지만, 승객 수가 작은 점을 고려할 때 이동하는 거리당 약 10배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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