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성폭력’ 6년만에 대법원서 뒤집혔다…“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형사 고소 이후 민사에서도 모두 1·2심 패소
대법원 파기환송…“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의 원인 될 수 있어”
  • 등록 2021-11-26 오후 7:47:31

    수정 2021-11-26 오후 7:47:31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전직 계약직 직원이 직장에서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며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5년 소송이 시작된 이후 6년만의 일이다.

한 대학 어린이병원 후원회에 근무했던 계약직 여성 A씨는 후원회 이사이자 병원 외래진료교수 B씨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대법원은 26일 원고 패소로 판결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4월부터 10월까지 B씨에게 신체적·언어적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및 폭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10월 16일 이를 처음 직장에 알린 A씨는 며칠 뒤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후원행사가 열렸던 한 골프장 VIP룸에서는 폭행과 성희롱이 있었고 B씨의 차 안에서도 추행이 있었다고 했다. 특히 VIP룸에서는 B씨가 회초리로 A씨의 엉덩이를 때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재판은 A씨의 뜻과는 반대로 진행됐다. A씨는 민사소송 대신 형사고소를 했는데 B씨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도 항고하지 않으면서 소송이 종결됐다.

A씨는 멈추지 않고 민사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역시 1심과 2심 모두 B씨가 이겼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및 수사기관에 고소한 시점과 형사사건에서 진술을 비롯한 B씨의 대응을 종합하면, 언어적 성희롱에 관한 A씨의 주장도 내용이 사실일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선행사 당일 VIP룸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주장된 사실관계는 B씨도 대부분 다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 중 상당부분은 B씨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인정하기까지 했다”고 파기환송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법원은 “고용 관계에서 직장의 상급자인 B씨가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A씨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이자 성희롱에 해당한다”라며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파기환송심을 심리할 서울중앙지법에 A씨가 당시 직원들과 주고 받았던 사내 메신저 내용, A씨의 피해 내용 정리표, 사무국장이 신고를 받은 뒤 녹음한 원고 등을 면밀히 살필 것을 주문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A씨가 B씨에게 입어온 성폭력 피해사실 전부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포섭해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며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관련법이 시행되기 전의 일이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행위들이 위법부당하다는 점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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