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빼돌리고, 가맹점에 갑질…서민 울리는 탈세자들

국세청, 물가 상승세 속 시장 교란·불법 사익편취 세무조사
코로나 호황 타면서 소득 누락, 사주는 슈퍼카 등 호화생활
곡물·건설자재 담합, 불법대부·도박에 유사투자자문 등 판쳐
  • 등록 2022-05-03 오후 12:00:00

    수정 2022-05-03 오후 12:05:09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서민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격 담합이나 과도한 가격 인상 등으로 폭리를 취하는 세력들이 생겨나고 있다. 배달료를 올리고 소득은 누락한 배달대행업체나 코로나19로 증가한 소득을 빼돌린 의료용품 제조업체, 건설자재 담합에 나선 업체 등이 세무조사 표적망에 걸렸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거리에서 대기중인 배달 오토바이 모습(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3일 국세청에 따르면 시장 질서를 교란하거나 불법행위로 사익을 편취하는 탈세자 등 89명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세계적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소비자물가는 연일 치솟고 있다. 이날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8% 올라 13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자들은 원가 상승을 빌미로 과도한 가격 인상이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가격 담합 등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서민 대상 불법대부·도박이나 보험 사기 등으로 호화·사치생활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

이런 탈세 행위는 서민경제 안정을 위협하고 성실 납세문화에도 지장을 주는 만큼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매점매석이나 가격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서민생활 밀접분야 시장질서 교란행위 탈세자(유형1) △민생을 침해하는 불법행위 탈세자(유형2)로 구분했다.

(이미지=국세청)


유형1은 곡물가격 폭등으로 유통질서 문란을 일으킨 곡물·농축산물 수입·유통업체, 과도한 가격 인상이나 우월적 지위로 강요 행위를 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10곳)나 배달대행업체(6곳), 불법담합한 건설자재·인테리어업체, 코로나 호황으로 폭리를 취한 의료용품·의약품 제조·유통업체 등이다.

A배달대행업체는 코로나로 배달 수요가 폭증하자 배달료를 올리고선 현금 결제 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고 법인 오토바이 대여료를 증빙하지 않는 등 매출·신고를 누락했다. 이에 국세청의 매출 누락 혐의 등 조사가 시작됐다.

B프랜차이즈 본부는 가맹 업체가 늘자 영세 가맹점 로열티를 75%로 급격히 인상하고 동의하지 않는 가맹점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등 갑질을 벌였다. 로열티 일부는 차명계좌로 받아 매출을 누락하기도 했다.

사주는 6억원이 넘는 슈퍼카 등 법인명의 차량 6대를 사적으로 사용하며 호화·사치생활 영위했다. 이에 매출 누락 및 법인자산 사적사용 혐의 조사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매출이 100배 가까이 증가한 의료용품(마스크) 제조업체는 실체가 없는 법인으로부터 거짓 세금 계산서를 받아 늘어난 소득을 숨겼다. 사주 부부는 경영성과를 빌미로 수백억원대 비정상적 급여를 받았고 배우자 운영 업체를 끼워 넣어 부당 이익을 나누기도 했다.

C건설업체는 대규모 건설현장에 원자재를 납품하면서 동종업체들과 담합을 맺고 공급물량·지역을 배분했다. 폭리를 취한 부는 자녀들에게 편법 증여하기도 했으며 수십억원대 법인 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했다.

배달료는 올리고 소득은 누락한 배달대행업체 조사 착수 사례. (이미지=국세청)


유형2는 서민 생계를 위협한 불법 대부업자, 보험사기, 유사투자자문, 불법 도박업체 등이다.

대부업자 D씨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로 세금 대납을 하고 고금리 선이자를 떼는 일명 ‘카드깡’으로 고리대금업을 벌였다. 대부업자는 법무사에게 수수료를 주고 수취한 고금리 선이자 신고는 누락했다.

E성형외과는 브로커 조직과 공모해 실손보험 가입 환자들을 모집하고 실손보험 청구가 안되는 수백만원대 미용수술을 한 후 보험금을 청구토록 치료 목적 수술로 변칙 처리하며 세금과 소득도 탈루했다.

F유사투자자문업체는 고수익을 미끼로 과장된 플랫폼 광고를 통해 연 최고 6000만원의 가입비를 받고선 매출 신고를 누락했다. 증시 호황으로 매출이 늘자 법인 소득을 탈루하면서 사주는 고가차량 20여대를 사적 사용하는 등 호화·사치생활을 누렸다.

G온라인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청소년까지 꾀어 연간 400억원 가량의 도박액 규모 사업장을 운영했다. 게임머니를 불법 환전하며 받은 수수료 수입금액은 신고 누락하고 가상의 법인으로부터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아 가공 경비를 계상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대내외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서민 상대 민생 침해 탈세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신속하게 착수했다. 고의적 세금포탈 혐의가 확인되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고발 조치 등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앞으로도 민생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세정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며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민생 침해 탈세 행위는 일회성 조사에 그치지 않고 현장정보 수집활동과 유관기관 협력 관계를 강화해 지속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영세 가맹점 상대 갑질 프랜차이즈 본부 조사 착수 사례. (이미지=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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