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인증하는 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증원된 의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주요변화평가’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당초 평가에 적용될 기준을 기본기준 92개에서 51개로 선별했는데 이를 49개로 줄였고 연차별로는 39개까지 축소할 방침이다. 이에 의대 교수들은 기준 완화가 의학 교육 수준을 낮출 수 있다며 우려했다.
| 15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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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의평원은 주요변화평가 대상인 의대 30곳을 대상으로 ‘2024년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주요변화평가 설명회’를 전날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지난 7월 30일 열린 의평원의 ‘주요변화 평가 계획’ 설명회의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한 최종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의평원은 기관 인증을 거친 의대가 주요 교육병원을 변경하거나 캠퍼스 이전·분할, 학생수 변화 등 변화가 있을 경우 주요변화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의평원은 의대 증원이 의학교육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입학정원을 10% 이상 늘린 의대 30곳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졸업생 배출까지 6년간 매년 주요변화평가를 시행한다.
당초 의평원은 기존 평가에 사용하던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 92개 항목 중 51개를 차용해 주요변화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번 평가계획 설명회 이후 51개 기준 중 2가지를 제외해 49개로 줄이고, 연차별로는 39개까지 축소했다. 이는 의평원이 제시한 51개 기준을 충족하기 부담스럽다는 대학 측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의평원 방침에 의대 측에서는 우려를 표했다. 지역의 한 의대 관계자는 “의대 인증·평가는 엄격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 맞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으로 인증·평가 부담을 의대가 고스란히 지게 됐다. 기준을 완화하지 않고도 이에 맞는 교육환경을 마련하려면 내년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거나 신입생 선발 후 1년 유예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의대의 A교수는 “지금은 모든 의대가 교육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의평원 기준을 충족한 의학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평가 기준을 완화할 경우 제대로 된 의대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B의대교수는 “의평원 기준은 의학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증원된 의대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 같으니 기준 자체를 완화해 탈락을 막겠다는 것은 의학교육을 하향평준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의평원은 내달 주요변화평가 계획·가이드를 판정지침과 함께 확정 시행·공표할 예정이다. 이후 9월 말까지 의대 30곳으로부터 주요변화평가 신청서를 받고, 11월 30일까지 주요변화평가 계획서를 제출받는다. 교육부는 의평원의 주요변화평가 기준 변경이 사전심의 대상이라고 보고 심의를 예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평원이 주요변화 평가 계획서를 제출하면 인정기관 심의위원회 판단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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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수도권 사립 의대 40%는 학교가 위치한 지역에서 실습하는 시간이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는 지역에 있음에도 실습은 수도권에 있는 부속·협력병원에서 진행하는 탓이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립대학 의대 실습병원 및 수련병원 현황’에 따르면, 지역 사립의대 18곳 중 절반인 9곳은 서울·경기·인천에서 부속·협력병원을 운영 중이다.
사립의대 38.9%(7곳)는 실습도 주로 수도권에 위치한 부속·협력병원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2022년을 기준으로 A의대는 의대가 소재한 지역에서 실습하는 시간이 전체 실습시간의 8.5%에 그쳤다. 실습 시간 대다수인 91.5%는 수도권 부속병원에서 이뤄졌다. B의대의 경우는 실습시간 전부를 수도권에 위치한 부속·협력병원에서 진행했다. 경기도에 있는 C의대는 실습 94.7%를 서울에 위치한 부속·협력병원에서 운영했다.
김문수 의원은 “자기 지역을 벗어나 실습시키는 ‘무늬만 비수도권 의대’는 정부 정책의 방향에서 벗어난다. 지역의료 취지를 감안하면 이들 의대는 증원을 최소화하는 것이 적절했다”며 “의대가 필요한 곳,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겠다는 곳에 의대를 신설하는 것이 지역의료에 더욱 부합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