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2호선 아현역에서 만난 장모(23·여)씨는 이같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아현역은 서울 2호선 지하역사 중 냉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4곳 중 1곳이다. 서울 지역의 폭염 특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냉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 역사를 이용하는 고객들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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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냉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역사(아현·서울역 4호선)와 냉방시설이 설치된 역사 2곳(광화문·서대문역)을 각각 다녀와 보니 냉방 시설에 따라 실내 기온 차이가 컸다.
아현역과 서울역은 전날 오후 1시 기준 실내온도는 31도와 33도로 집계됐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서울의 야외온도는 33도였는데 실외와 역사의 온도 차가 없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준으로 광화문역과 서대문역의 역사 실내온도는 28.2도와 28.3도로 나타났다. 냉방시설 유무에 따라 지하철 역사 내 실내 온도가 3~5도가량 차이가 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지하철 역사가 덥다는 민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7월까지 공사 고객센터에 접수된 ‘역사가 덥다’는 민원 수는 1245건으로 집계됐다. 민원의 대다수는 냉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지하역사와 냉방 쉼터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지상역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역사의 경우에는 △2호선(성수·강변·잠실나루·구의·건대입구·구로디지털단지·뚝섬·당산·용답·대림·신대방·신답·한양대) 13곳 △3호선(지축·옥수) 2곳 △4호선(창동·노원·상계·당고개·동작) 5곳 △6호선(신내) 1곳 △7호선(도봉산·장암·뚝섬유원지) 3곳 등 24곳에 냉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만난 김보람(26·여)씨는 “바깥에 있다가 역사에 들어오니 잠시 시원해지기는 하는데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보니 어느새 더워져 땀이 났다”며 “지금 시대에 지하철역에 냉방시설이 없다는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역사 리모델링 비용만 역사 당 430억원…“예산 부족 원인”
일부 역사 내 냉방시설이 설치되지 않고 있는 건 예산 문제가 크다는 게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설명이다.
냉방시설 미설치 역사가 집중된 3호선의 경우 지난 1985년 10월 개통이 된 만큼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역사 전체를 리모델링해야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역사 리모델링을 위해서 역사 당 약 450억원, 기간은 1년 6개월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지상역사에 대해서도 냉방시설을 갖춘 고객 쉼터를 구축하는 데 1대당 약 1억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 노약자 등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도 공사가 고스란히 떠안아 왔다. 이에 서울시는 정부에 지자체 도시철도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고 줄곧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PSO는 노약자, 장애인 등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정되는 예산으로 그동안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만 적용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운영기관의 누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노후 열차 교체 등 당장 필요한 부분에 대한 예산도 버거웠다”며 “냉방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데 정부에서는 지하철 시설 확충에 대해서는 시 예산으로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다만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기후변화로 폭염이 사회적 재난으로 부상한 만큼 예산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단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역사 26곳에 대해서는 예산을 확보해 역사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현재 폭염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고 있는 지상역사에 대해서는 냉방시설이 설치된 고객 쉼터 등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20곳에 대해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