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의심했다. 총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보수당에서 정말 몇 안 되는 서울 지역구를 가진 현역 국회의원이 내뱉은 말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본인이나 당의 선거 승패를 뜻하는지는 상관없이 말이다.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며 친정인 검찰을 뛰쳐나와 정치권에 발을 들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그만큼 어려워진 수도권 선거 지형에 대한 자조 섞인 철저한 반성을 했다. 바뀌지 않는 당의 행태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했다. 불확실한 환경에도 가장 먼저 용기를 내 남극 바다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 역할을 당내에서 자처하겠다는 김 의원의 언변에는 거침이 없었다.
당 쇄신 위해 극약처방 필요…“이미지 확 바꿔야”
“우리 당은 대통령이 찍은 사람을 당심 100%로 바꿔 당 대표로 만들었고, 이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도 결국 ‘윤심(윤석열대통령의 의중)이 민심’이라는 이유로 후보를 내서 결국 참패를 했어요. 왜 이런 비상 상황이 벌어졌는지 원인이 뻔하면 이제는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바꾸거나, 당이 대통령을 따라가는 방식을 고쳐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분석도 없이 어떻게 비상대책을 세울 수 있겠어요.”
김 의원의 소신은 명확하고 간단명료했다. 일련의 사건들로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으면 그것에 대한 원인과 처방이 명확해야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가 평소 강조하던 대로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정치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
최근 국민의힘 내부 판세 분석보고서에 서울 우세 지역이 단 6석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큰 파장을 불러왔다. 현재 국민의힘이 서울 전체 49석 중 9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김 의원의 지역구인 송파갑 역시 제외됐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송파갑을 3.5%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겼는데 전체 9개 동 가운데 확실히 표를 이기는 곳은 재건축을 앞둔 장미아파트와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없다. 이마저도 이들 아파트들이 정비사업을 본격화해 주민들이 이주하면 장담할 수 없다”며 “총선은 개인기로 채울 수 있는 지지율은 3%포인트에 불과하고 여당 입장에서 나머지는 대통령 지지율이 이를 채워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보팀·산악회 없애 부정선거 차단…풍납동 특별법 추진
김 의원은 평소 송파구 지역 주민을 위한 정책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수천 세대가 모여 살지만 아파트 장기수선충담금을 소수가 장악해 운영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명한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하는 ‘공동주택법 개정안’, 문화재가 많은 풍납동 개발규제 완화를 위한 ‘풍납토성 보존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거나 관련 입법안을 준비 중에 있다.
그는 “당에서 한 지역구에 현역을 한 명만 둔다는 방침을 정하면 인접 지역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홍보팀을 쓰며 상대방을 견제하는 폐해가 발생한다”며 “지방선거에서 불법자금과 공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산악회를 없애 부정선거 요소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년여간의 정치 인생을 돌아보며 본인을 ‘낭만주의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한민국 현실 정치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고, 성공하지 못할 것을 알지만 자신만의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가는 낭만이 정치에도 있어야 한다”며 “나중에라도 도전할 용기있는 정치인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퍼스트 펭귄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