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회담 대화록]① 모두발언

  • 등록 2013-09-16 오후 8:49:05

    수정 2013-09-16 오후 9:18:46

[이데일리 피용익 정다슬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6일 오후 3시30분부터 5시까지 90분간 진행된 ‘국회 3자회담’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논란, 경제민주화 등 국정 현안 전반에 걸쳐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이데일리는 3자회담 직후 김한길 대표 및 노웅래 대표비서실장의 민주당 의원총회 발언 내용, 여상규 새누리당 대표비서실장의 국회정론관 브리핑 내용을 토대로 의제별 대화내용을 재구성했다. 다음은 3자회담을 본격 진행하기 앞서 모두발언 대화내용이다.

< 대통령 모두발언 >

오늘 두 분 대표님을 국회에서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어렵게 마련된 자리인 만큼 오늘 회담이 좋게 결실을 맺어서 국민들께 희망을 드렸으면 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김한길 대표에게) 내일 회갑을 맞으시는데 오늘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김한길: 고맙습니다)

아시는 대로 우리 경제 지표가 좀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회복세가 좀 미약합니다. 하루 빨리 힘을 모아서 국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노력을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전에 순방 결과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지만 선진국, 신흥국 할 것 없이 숨가쁘게 전 세계가 돌아가고 있는데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서 뒤처지지 않게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야당 생활을 오래 했습니다만 야당이나 여당이나 정치목적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이나 여당이나 무엇보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해야 되는 입장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회담을 통해서 우리가 여러 가지 오해가 있었던 부분은 서로 풀고, 또 추석을 앞두고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잘 됐으면 합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모두발언>

대통령께서 이번 해외순방을 통해서 G20 다자외교에서 지도력을 발휘하셨고, 베트남 경제외교의 첫 출발을 잘 마치셔서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주신 것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렇게 대통령께서 민의의 전당,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직접 찾아와 주셔서 해외순방 결과를 국민과 국회에 보고하신다고 하시고, 여야 대표와 함께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모습은 우리 헌정사에 아주 좋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김한길 대표님, 천막당사를 이끌고 계시는데 저도 야당 경험이 있어서 김한길 대표님의 심경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오늘 흔쾌히 나와 주셔서 정중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국민들의 바람과 기대는 국회가 정상화되고 여야가 함께 경제활성화, 민생 안정, 이런데 온 힘을 모아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국정운영에 있어서 정치권과 국회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헌법상의 책무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원리를 잘 수호하고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동시에 민생을 돌봐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불행하게도 현역의원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됐고, 북핵 문제가 불거져 있고, 경제 또한 내외 여건이 아주 어려운 가운데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는 새 정부가 계획하고 실천하는 첫 해 예산 국회인만큼 어느 때보다 중차대합니다. 국가안보와 경제회복을 책임질 국회로서는 보다 정치적 효율을 높이고 정부와 함께 여야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지혜와 혼신을 다해 국정을 살펴야 하겠습니다. 복지국가와 행복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가 좀 더 활성화돼서 성장률이 4% 이상이 돼야 하고 이것을 위해서는 내외의 모든 기업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 늘려나가는 게 시급하다고 저희 모두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오늘 회담이 국회 본연의 책무를 확고히 해서 국민에게 희망과 기쁨을 드리는 새로운 출발점이 됐으면 합니다. 오늘은 특히 개성공단 정상화되는 첫날입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이뤄질 때인데 이러한 때 오늘 3자회담이 잘 마무리돼서 정기국회 일정이 짜여지고 일하기 좋은 결실을, 가을에 국회와 정치권이 돼야 한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동안 김한길 대표님과 여러 번 만나서 3자회담의 필요성을 논의한 만큼 오늘의 만남이 그 단초가 돼서 앞으로는 대통령과 함께 여야 대표가 가슴을 열고 국정을 논의하는 회담이 상례화됐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이 한자리에 모여 의논함으로써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게 돼야만 보다 높고 강하고 통일된 국가정책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냉랭했던 남북관계도 신뢰의 기미를 찾고 국내외 각종 현안과 갈등도 잘 마무리돼서 모두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여야는 함께 모든 문제를 풀어나갈 권한과 책임이 분담돼 있습니다. 오늘 3자 회담이 이러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회담이 됐으면 하고 여야가 안보와 민생에 관한 한 정쟁을 종결하고 국회 안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가자는 선언이 있길 간곡히 바라마지 않습니다. 현 정국을 걱정하는 많은 국민에게 추석선물 드릴 수 있는 회담이 됐으면 합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 모두발언>

저도 한 말씀 하겠습니다. 오늘 생일 축하난을 보내주신 것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대통령도 그렇고 황우여 대표께서 민생을 강조하니까 민생을 위해서라면 민주당은 언제든지 적극 협력할 준비돼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도 민생에 대해 먼저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민생에 대해서는 크게 2가지 요구를 드립니다. 후보 당시 공약한대로 돌아가줘야 합니다. 예컨대 아이들 보육예산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즉각적인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주시고 기초연금에 대해선도 추석 전에 구체적인 발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등 대통령의 약속이 허언이 아니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두 번째 서민과 중산층, 월급생활자에게 먼저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세법개정안에 대해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민들의 유리지갑과 저금통부터 먼저 여는 세법개정안에 앞서 명품지갑과 비밀금고부터 열어야 합니다.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하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단호히 금을 그어야 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서민과 중산층 걱정이 보름달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여야가 힘을 모아 전세값 걱정, 가계부 걱정, 일자리 걱정을 서둘러 덜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가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은 민주주의 근본을 허무는 헌정 유린행위입니다. 미국에서 CIA가 대선에 개입하고 FBI가 은폐하려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민주당의 요구는 첫째, 국정원의 선거와 정치 개입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실은 검찰의 기소와 진행 중인 재판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각종 증거로 분명해졌습니다. 국정원 댓글에 대해 대선직전 경찰의 은폐 축소 수사 발표 과정에 회의록을 무단 공개하는 등 정치 개입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선 직전에 새누리당 대선캠프가 관여한 정황도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국정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공개하는 등 일련의 민주주의 훼손 책임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사과가 마땅합니다.

둘째,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밝혀주셔야 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에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국정원을 활용하지도 않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왜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질 사람은 엄벌해야 한다고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을까, 국정원이 다시는 절대로 정치·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개입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개혁하자, 내 임기 내에 국정원을 바로 세우겠다고 선언하면 국민에게 얼마나 당당하고 훌륭한 대통령이 되겠습니까. 그러면 모든 국민이 대통령을 잘 뽑았다고 할 것이고, 말씀하신 대로 100% 국민대통합을 실현하는 대통령이 될 텐데 왜 이렇게 안 하는지 지금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런데 국정원 대선개입 혐의를 밝히고 기소한 검찰총장을 무리수를 두면서 사퇴시킨 것은 정반대로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국민적 우려에 대해 대통령께서 오늘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국정원 개혁에 대한 개혁과 절차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나라당이 2003년 마련한 국정원 개혁안이 있습니다. 핵심은 국내 정치 파트의 해체에 가까운 개혁, 예ㆍ결산의 감시, 국회의 통제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번에 만든 개혁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문건으로 대통령에게 드리겠습니다.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개혁을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검찰총장 교체를 통한 검찰 무력화 시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는 또 하나의 국기문란이라고 할 만큼 심각합니다. 취임 이후 몇 개월 간 헌법과 법률에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 경찰청장, 검찰총장이 모두 물러나고 있습니다.

셋째 법치주의의 전향입니다. 검찰총장을 근거가 불확실한 사생활을 빌미로 법무장관의 감찰지시라는 초유의 방식으로 몰아낸 것은 많은 국민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진상규명을 책임진 검찰총장을 무리하게 몰아낸 것은 진실을 가리려는 의도가 아닐까 국민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중심에 청와대와 법무장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검찰총장이 사찰당해왔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정보정치·사찰정치로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게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첫 번째 요구입니다. 민정수석과 관계자, 법무장관이 직접 나서서 검찰의 중립성, 독립성을 무력화시키는데 앞장섰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언론에 밝힌 대로 대통령의 재가나 지시가 없었다면 우선 민정수석과 법무장관에 대해 책임 물어야 합니다.

둘째, 원세훈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경찰청장 재판에 있어서 현재의 검찰 측 담당검사들이 끝까지 소신을 갖고 재판에 임하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재판에 영향을 주는 모든 시도는 중단돼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 의혹이 증폭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회복해서 밝은 미래로 가느냐, 아니면 민주주의가 없는 어두운 과거로 돌아가느냐, 박근혜 대통령님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 관련기사 ◀
☞ [3자회담 대화록]②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 [3자회담 대화록]③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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