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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V는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가솔린 엔진)을 결합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동된다. 모델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기 충전된 배터리만으로 대략 20~40마일(32~64㎞)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 전기차처럼 운행하다가 방전되면 자동으로 내연기관 모드로 주행하는 등 운전자에게 유연하고 경제적인 주행 선택지를 제공하는 점이 강점이다.
PHEV는 시장에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PHEV가 자동차 1대에 2가지 동력원을 결합해야 하기에 추가 비용과 기술적 복잡성 때문에 출시를 꺼렸다. 다른 차종과 달리 적은 수의 모델로 소비자들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이랬던 PHEV의 위상이 최근 달라졌다. 미 현지 딜러들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와 연방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인해 구매자들에게 PHEV가 가장 저렴한 선택지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 미 소비자들은 PHEV가 가솔린 차량보다 저렴한 리스 비용과 세금 혜택 때문에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사추세츠 출신의 소방관인 브리아 애덤스(28)는 픽업트럭인 지프 랭글러를 PHEV 모델로 리스하는데 가솔린 모델보다 월 200달러(약 27만원) 정도 더 저렴해 선택했다. 그는 “전기로 운행할 때 놀랍도록 조용하다”며 “평생 운전해 왔던 (가솔린) 픽업트럭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PHEV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추세가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면서 사라질 운명이었지만,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적어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는 2010년 쉐보레 볼트를 출시하면서 PHEV를 최초로 선보였다. 그러다 2019년 볼트를 단종시키고 전기차에 미래를 걸겠다고 선언했지만,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낮자 전략을 변경해 오는 2027년에 PHEV를 다시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3대 자동차인 ‘빅3’ 중 하나인 포드는 최근 익스플로러와 같은 인기 있는 3열 SUV의 순수 전기차 모델 출시를 취소하고, 대신 PHEV를 포함해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드먼즈 자동차 리서치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PHEV 모델의 수는 2019년 이후 거의 두 배로 늘어 47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토요타 RAV4와 포드 이스케이프 등 주력 제품이 포함돼 있다.
PHEV는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시장에서 더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PHEV가 시장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랭클린에 있는 자동차 딜러사인 플래닛 크라이슬러·지프·닷지의 존 모릴 대표는 “전기 주행에 대한 지프 고객들의 자연스러운 수요는 제한적”이라며 보조금 지원 등 가격이 좌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고객이 딜러사에 와서 PHEV는 싫다고 하는데 딜러가 가솔린 모델보다 월 70달러(약 9만원) 저렴하다고 설명하면 구매한다”며 “지프 PHEV 모델의 판매는 차량당 최대 1만2000달러(약 1600만원)의 매우 공격적인 제조사 할인과 차량 리스 시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연방 세금 공제가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지프 모회사인 스텔란티스는 과거 연방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막대한 벌금을 지급했으며, 올 들어서야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주법과 연방법 준수를 위해 PHEV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3월에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차량의 배기가스 제한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업계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PHEV가 예상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요타의 데이비드 크리스트 북미법인 부사장은 “EPA 규칙 덕분에 토요타는 RAV4와 프리우스에서 PHEV 라인업을 확장해 더욱 널리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의 린드 리 북미법인 부사장도 “미국 시장 라인업에 PHEV를 강력히 고려하고 있다”며 “PHEV로 돈을 벌거나 최소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어 현재로서는 전기차보다 더 나은 비즈니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