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임인년 새해를 맞아 코로나19 사태가 세번째 대세종인 오미크론 변이로 옮아가고 있지만 국내 코로나19 백신이 여전히 개발 중인 데는 정부의 소극적 지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이 햇수로 3년이 지난 2022년에야 국내 개발 백신에 대한 선구매 관련 예산이 편성됐다. 그나마 대조백신을 구하지 못한 백신 개발사들은 해외 임상을 진행 중이거나 타진하는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예산 5457억원을 편성했다. 이중 1920억원이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GBP-510 1000만회분 선구매에 쓰인다. 지난해 상반기 정부가 처음으로 국내 백신 선구매를 언급한 이후 처음으로 관련 예산을 확보한 것이다.
정부는 당시 2021년 하반기를 목표로 국산 코로나19 백신 선구매에 나서겠다면서 개발업체들을 독려했다. 여전히 정부의 대응은 한 박자 느린 셈이다. 지난 2020년 말 아스트라제네카(AZ)나 모더나, 화이자 백신을 구입 타이밍을 놓쳐 백신난을 연출했던 모습과 닮아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당시의 미국과 현재의 한국은 코로나19 양태가 전혀 다르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코로나19 방역이 이뤄지던 한국과 달리 미국은 코로나19 초기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국가다. 83.1%가 접종완료를 마친 한국 상황에서 오히려 선구매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아니게 된 셈이다.
더욱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중인 백신은 코로나19 초기를 대상으로 했던 AZ를 대조한 것으로 오미크론 변이에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 알기 어렵다. AZ조차 오미크론 변이 전용 백신 개발에 나섰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플랫폼에 일단 성공한다면 이후 변이에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AZ와 같은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백신은 새로운 변이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나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기업 규모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중소 개발사들은 대조백신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 기업은 해외 임상으로 눈을 돌렸고 국내 임상 승인을 기다리다가 해외 병행이나 아예 해외에서 임상을 따로 진행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업체도 있다.
식약처는 대조백신 확보는 기업간의 문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AZ 위탁 생산을 맡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0년 7월 보건복지부와 함께 AZ간 백신 글로벌 공급 3자 협약을 맺고 대조백신을 확보했다. 높은 백신 접종률로 직접 임상이 어려워 대조백신을 활용한 비교임상을 계획하던 업체들에겐 이를 구할 방법이 없어 먹구름이 낀 상태다.
제넥신(095700)은 일찌감치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려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백신이 글로벌 임상 승인을 받은 첫 사례다. 임상 3상을 신청한 유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임상 승인이 길어지면서 해외 임상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이 해외 임상에서 성공할 경우 식약처가 이를 인정해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개발을 독려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