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이번처럼 썰렁한 세일은 처음"

내수감소, 유통서 車·주류업계로 확산
  • 등록 2003-10-10 오후 8:15:40

    수정 2003-10-10 오후 8:15:40

[조선일보 제공] “손님이 없어 세일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아요. 매출도 세일 전보다 나아진 게 없어 미칠 지경입니다.” 금요일인 1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1층 의류매장 직원의 하소연이다. 모든 백화점들이 일요일인 12일까지 가을 세일을 하고 있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매장 군데군데 ‘세일 안내문’마저 없다면 세일 중인 줄도 모를 만큼 한산했다. 1층 화장품과 액세서리 코너에는 손님보다 직원 숫자가 더 많고 간혹 매장을 찾는 고객들도 재고상품이나 기획상품 행사만 기웃거리는 모습이었다. 한 여성 캐주얼 코너의 숍 매니저는 “9년째 백화점 일을 하지만, 이번처럼 썰렁한 세일은 처음”이라며 “통로에 걸어다니는 손님들도 매장 안으로 들어올 생각을 않는다”고 말했다. 백화점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가을 세일에 들어간 백화점의 지난 열흘간 매출은 작년보다 1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특히 백화점 매출 비중이 큰 여성·남성의류 등은 20%까지 곤두박질쳤다. 세일 매출이 10% 가량 감소한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은 “IMF 때는 나라(정부)가 절단났지만, 지금은 국민 개개인이 파산 직전 상태”라며 “당장 내일이 불안한데 돈 쓸 기분이 나겠느냐”고 되물었다. 백화점 매출은 올 들어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4%나 격감했다. 백화점보다는 덜 하지만 할인점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4.9% 하락했다. “최근 유통업계 매출 부진은 고객 수 감소보다는 구매단가 하락 요인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고가품은 안 팔리고 할인·저가품으로 몰린다는 뜻이다. 내수 감소는 유통업계뿐 아니라 자동차, 주류업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1~9월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101만1599대를 기록, 작년 같은 기간(121만7479)보다 16.9% 감소했다. 수입차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할 때 지난 8월부터 2개월 연속 감소, 고소득층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IMF 이후 매년 5~10% 신장세를 이어오던 맥주는 올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위스키의 경우 지난 9월 한 달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정도 줄어들었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 박사는 “고용 불안, 기업의 수익성 악화 등이 겹쳐 전체적인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다”며 “신(新)성장 동력 발굴을 포함한 우리 경제의 획기적인 질적 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기 불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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