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봉납…중국 "외교마찰 일본 탓"(종합)

이시바, 총리 취임 전 공물 봉납 안해
기시다 전총리 행보 답습할 듯
자민당 총재선서 막판 접전 다카이치, 야스쿠니 참배
외교부 "유감"…중 "야스쿠니 잔혹한 군국주의 상징"
  • 등록 2024-10-17 오후 1:58:07

    수정 2024-10-17 오후 1:58:36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중일전쟁의 시발점이었던 만주사변 93주년 당일인 지난 달 중순 일본인 초등학생의 피습 사망 사건 이후 관계가 냉랭해진 중국은 일본이 외교 마찰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17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봉납한 공물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시작하는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비쭈기나무)’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일년에 두 차례 예대제에 직접 참배하지 않고 재임 3년간 공물만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도 기시다 전 총리와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4대째 기독교 신앙을 이어온 집안 출신으로 그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과거 태평양 전쟁을 일본의 ‘침략전쟁’이라고 규정하며 역사 인식 측면에선 ‘비둘기파’로 평가받는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2017년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관계자를 인용해 이시바 총리는 취임 전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적이 없었다며 기시다 전 총리의 행보를 답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축제 기간 동안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오쓰지 히데히사 참의원 의장과 후쿠오카 시마로 후생노동대신도 공물을 봉납했다. 초당파 의원 모임인 ‘야스쿠니 신사를 함께 참배하는 의원 연합’은 중의원 선거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참배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중의원 선거가 끝난 뒤 공동 참배할 예정이다.

반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던 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오늘은 한 명의 일본인으로서 신사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NHK는 한국 외교부가 이시바 총리의 공물 봉납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고 주변국 반응을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이시바 총리가 공물을 봉납한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과거 잔혹한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묘사하며 “일본과 이웃 국가와의 외교 마찰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지난 11일 이시바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우익의 성지로 불린다.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100여 년 동안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됐다. 태평양 전쟁에 강제로 동원됐던 한국인 2만여명도 합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건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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