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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035720)가 흔들린다. 주가 때문만은 아니다. 카카오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50조1508억원에서 19일 32조 3922억원으로 18조 가까이 감소했다.
이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을까. 카카오는 몸값이 8.5조원에 달하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10%대)을 공식화하고 있다. 웹툰, 메타버스, 커머스, 블록체인에 집중하고, 모빌리티에선 2대 주주로 남아 한 발 빼려는 모양새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을 키우는 데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소통에는 실패했다. 지난 6월 15일, 카카오가 모빌리티 매각설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모호하게 공시한 뒤, 한 달 넘게 시끄럽다. 모빌리티 구성원의 반발뿐 아니라 지금의 카카오를 있게 한 공동체 문화가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스텝이 꼬여버린 매각론…새 투자자 맞는 시너지 설명했어야
지난 18일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과 만난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메신저 회사인 카카오가 택시, 대리, 주차를 하느냐는 외부의 공격이 많은 상황”이라며 “경영권을 놓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성장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언급했다.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모빌리티 지분 10%대를 매각해 1대 주주에서 2대 주주로 내려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매각 상대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의 57.5%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모펀드인 TPG컨소시엄이 29%, 칼라일그룹이 6.2% 지분을 갖고 있다. MBK가 카카오 지분 10%를 사고 이후 TPG와 칼라일 지분까지 사서 1대 주주가 되는 방향이다.
차라리 IPO(기업공개)를 압박한 기존 주주들과 달리, 새 투자자를 맞으면 사업상 시너지가 커질 것이라 설명했어야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MBK가 바이아웃 딜(인수후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하려 한다면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남기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MBK가 투자한다면 전국 140개 홈플러스 주차장 이용해 주차장 비즈니스 확대할 수도 있고, 전기차 충전기를 깔 수도 있다”고 전했다.
스톡그랜트 제시했지만…모빌리티 임직원 75% 매각 반대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모빌리티 사모펀드 매각 추진반대 서명에 모빌리티 임직원 75%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카카오 계열사 임직원 1600여명도 서명에 동참했다.
한 계열사 직원은 “카카오에 불이 났는데 모빌리티의 경우 엄마가 집문서를 갖고 집을 나가려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숨 쉬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테크주는 당분간 어려운 상황일 수밖에 없는데, 정치권에 두들겨 맞거나 IPO를 못하면 카카오가 자신을 버리지 않겠느냐는 두려움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 이후 김범수 창업자가 카카오를 생활플랫폼 혁신 기업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뒤 리스크를 관리할 컨트롤 타워까지 뒀지만, 연말까지 138개 계열사 중 30~40개 계열사를 조정하려면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범수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는 지난 2020년 3월,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 8000여 명에게 보낸 영상 편지에서 “사람이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시스템이 일을 하는 게 아니고, 문화가 일을 한다는 말을 굉장히 믿는다”고 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주는 게 경영자로서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카카오의 모빌리티 지분 매각 여부는 이르면 2주, 늦어도 한 달 안에 결론 날 전망이다. 어떻게 결론 나든 직원들이 공동체 문화를 의심하게 된다면 사람이 전부인 혁신기업 카카오에는 진짜 위기다.